<농무>, <갈대> 등의 소박하고도 현실적인 시로 사랑 받아온 신경림 시인과 만화 영화 <철완 아톰>의 주제가 작사, 아름답고 명랑한 상상력이 담긴 시집 <이십억 광년의 고독>으로 널리 알려진 다니카와 슌타로 시인이 만났다. "갈대는 저를 흔드는 것이 제 조용한 울음인 것을" (갈대 中) 이라고 신경림이 건네면, "만유인력이란 서로를 끌어당기는 고독의 힘이다" (이십억 광년의 고독 中) 라고 다니카와가 답할 법하다. 전자메일로 오고간 대시(對詩),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진행된 대담, 시인들이 뽑은 대표작과 에세이를 더해 한 권의 따뜻한 책이 탄생했다.
2014년 1월에서 6월까지, 시를 주고받는 동안 세월호가 가라앉는 사고가 발생했다. 전쟁과 대지진과 같은 재난을 경험한 후에도 "역시 시를 가지고 사람들을 위로해야 한다"는 다짐을 잊지 않았던 신경림 시인조차 말을 잊는다. 이에 다니카와 시인이 시로 건네는 위로. 서로를 위로하는 시가 곧 독자를 위로하는 시가 된다. 수수한 풍경이 깊이있는 문학으로 탄생하는 순간들, 원숙한 경지에 오른 두 시인의 유쾌하고 깊은 문장들이 문학과 삶을 유유히 관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