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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오스터, 최고의 소설." 이제는 대중적 작가가 되어버린 폴 오스터의 초기작으로, 이후 그의 작품을 구성하는 모든 요소들의 원형이 담겨있는 책. 갑작스러운 실종과 추적, 추리적인 이야기 얼개, 끝없는 추락과 한계상황, 굶주림, 일상을 파괴하는 우연과 흥미진진한 스토리텔링... 폴 오스터의 최고작이라 단언할 수 있는 소설이다.
누군가를 끝없이 감시하고 추적하는 내용의 이야기 세 편이 전개된다. 중요한 것은 추적의 원인이나 결과가 아니다. 상대방을 뒤쫓던 사람은 그 과정에서 자신도 모르게 자아를 잃거나 상대를 닮아간다. 하나의 흐름에 휘말린 그들은 거기에서 빠져나올 생각조차 하지 못한다.
잘못 걸려온 전화 한 통, 잊고 지내던 소꼽친구의 소식, 사소하고 하찮아 보이지만 치명적인 우연 하나가 삶의 방향을 틀어놓은 것. 글쎄. 황당하다고 이야기할텐가. 하지만 갑작스레 자신의 인생에 뛰어드는 우연을 막을 수 있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 당신은 자신의 삶이 '안전'하다고 감히 말할 수 있는가.
이미 일어난, 일어나게 되어 있던 일이라는 뜻에서의 운명... 저항할 수 없는 상황에 매몰된 그는 자신을 극단의 극단까지 몰고 간다. 소유한 모든 것을 바닥까지 소진시키고, 세상에서 자신의 존재를 삭제시키는 그. 그렇게 자신을 지워가는 과정이 고통스러울 정도로 세세하게 그려진다.
'삶은 우리가 손쓸 수 없는 방식으로 전개되고, 우리에게 남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태어난 이후 우리는 모든 것을 잃어가기만 할 뿐. 삶은 우리가 죽으면 같이 죽고, 죽음은 우리에게 매일같이 일어나는 그런 일이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이야기에 결말이 있다는 것, 삶에도 끝이란 게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금방이라도 생의 저편으로 추락해버릴 것만 같은-작은 바람에도 휘청거리는 연약한 삶. 가혹한 시간의 흐름 속에 유배된 인간의 삶이 영원히 지속된다는 건, 생각보다 훨씬 더 두렵고 끔찍한 일일 것이다.
오늘도 눈먼 영혼은 비틀비틀 어둔 세상 속을 걸어간다. 우리는 그저, 온 힘을 다해 행운을 비는 일밖에 할 수 없다. 인간이 삶을 이어가기 위해 필요한 건 아주 작은 가능성, 그것 뿐이기 때문. 가는 곳이 어디인지 몰라도, 계속해서 '향해가야' 하는 것이 우리의 삶인 것이다. - 박하영(2003-04-01)
"자신을 미행하다가, 탐정, 길을 잃다." 위의 리뷰에 진심을 더해서 다시 한번, 폴 오스터의 최고작이라 단언할 수 있는 책. <뉴욕 3부작>에 비하면 <달의 궁전>이나 <거대한 괴물> 같은 소설조차도 그저 '역작'이라 느껴지고 만다. 이 책에는 번뜩이는 것이 있다. 몇번이고 다시 읽게 만드는 수액이 감춰져있다.
오스터의 다른 작품들이 그렇듯 추리소설의 얼개를 취했고 탐정이 등장한다. 하지만 추리소설이라서 기대하는 독자에게는 대신 <스퀴즈 플레이>를 권한다. 이 소설에서 오스터가 얘기하는 주제는 '글' 또는 '언어'이기 때문이다.
그는 글을 쓴다는 행위와 글이라는 결과물 사이의 괴리, 체험으로 습득한 정체성과 글을 씀으로써 발명해낸 또 다른 자아 사이의 간극, 그 속에서 자칫 길을 잃어버릴 것만 같은 글쓰는 이의 고통을 이야기한다.
그런데 왜 하필 '탐정'일까? 글쓰기에 대한 오스터의 상념은 왜 하필이면 추리소설로 씌어져야 했을까? 그것은 '탐정이란 (...) 모든 것을 하나로 통합해 의미가 통하게 해줄 생각과 관념을 찾는 사람으로, 작가과 탐정은 서로 바뀔 수 있는 존재(본문 17p)'이기 때문이다. 세상의 언어들을 레고블럭처럼 정렬하여 의미를 찾아내는 관찰자가, 작가이자 탐정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스터의 탐정은 하드보일드 탐정들처럼 자신의 주먹에 대한 100% 신념을 갖고 있지 못했다. 불행하게도 안락의자 탐정들마냥 자신의 뇌세포에 대한 100% 신념을 갖지 못했다. 오스터 탐정들의 추리는 늘 실패한다. 그들은 아무 의미도 추리해내지 못한다.
그래서 그들은 무너진다. 작가도 무너진다. 자신이 쓴 글의 의미가 모호해지기 시작하는 순간. 자기가 쓴 글 속에서 더이상 자신을 찾아볼 수 없게 되는 순간.
오스터는 그 딜레마 속에서 작가를 구출해줄까? 서로의 꼬리를 무는 뱀처럼 하나의 이야기로 둥글게 닫히는 반복의 트릭 속에서 탐정을 건져줄까? 글쎄. 잘 모르겠다. 그래서 한번 더 읽는다. ...이 책이 다시 번역되어 나와서 정말, 정말 다행이다. - 김명남(2003-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