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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우주적인 거대한 농담" 조금 과장해서 말한다면 도서관에서 훔치고 싶은 책 1순위였을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가 드디어. 재출간됐다. 예전에 4권까지 나온 바 있으나, 이번엔 5권 <대체로 무해함> 편까지 전부 출간되었다.(<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란 은하계용 <론리 플래닛> 시리즈에 비유할 수 있을듯. '대체로 무해함'이란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에서 '지구'를 평가하는 말이다.)
2005년 영화로도 개봉된 이 책은 코믹 SF 장르를 개척한 작품이자 최고작으로, 한마디로 말해 '범우주적인 거대한 농담'이다. 재기발랄하고 유쾌한 상상력, 별난 캐릭터들의 좌충우돌 행각, 블랙 코미디적인 유머감각과 경쾌한 풍자, 진지하고 심각한 주제를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기. 그야말로 우스운 상황과 대화들이 가득하다.
그렇다고 내러티브가 허약하거나 텅 비어있는 작품도 아니다. 우연과 비약이 남발되지만 나름대로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그럴듯한 설명들이 따라붙는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사건의 전개 역시 흥미진진. 커트 보네것의 냉소적 독설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대신에 마음 불편하지 않게 계속 깔깔거릴 수 있는 즐거운 이야기가 이어진다. 이제껏 읽어본 책 중 가장 재미있다고 (감히) 고백할 수 있는 훌륭한 걸작.
어느 평범한 목요일, 영국에 사는 아서 덴트는 자신의 집이 우회로 건설 때문에 하루아침에 철거될 위기에 처한 것을 깨닫는다. 불도저 앞에 누워 시위하는 그를 오래된 친구 포드 프리텍트가 술집으로 데려간다. 알고보니 포드는 베텔게우스 행성 출신 외계인으로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의 조사원이었다.
포드가 아서를 데리고 간 이유는 그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서. 아서처럼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 역시 은하계 초공간 고속도로의 건설 때문에 파괴되기 직전이었던 것이다. 포드는 아서와 함께 보고인의 우주선에 히치하이킹하고, 지구는 2분만에 완벽하게 파괴당한다. 그렇게 아서와 그 일행의 야단법석, 시끌벅적한 여행이 시작된다.
머리가 둘 달린 은하계의 허수아비 대통령 자포드 비블브락스, 우울증에 걸린 로봇 마빈, 지구 여인 트릴리안과 함께 하는 긴 여정. 아서는 우여곡절 끝에 '삶과 우주, 모든 것에 대한 질문'의 해답을 찾는 일에 동참하게 된다.(자신의 돈벌이가 사라질까 걱정하는 정신과 의사와 철학자들의 방해를 받아가면서.) 또는 전우주에서 여섯 명밖에 모른다는 우주의 지배자를 찾는 과정, 이 세상을 끔찍한 저주에서 구하는 이야기라 볼 수도 있다.
"히치하이커 시리즈는 단 두 마디 말로 요약된다. 독창적이고 우습다는 것." 다시 놓치기 아까운, 유쾌한 소설이다. '아무도 어딘가에 못박히지 않고도' 어떻게 하면 이 세상이 멋지고 행복한 곳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한 멋진 대답. - 박하영(2004-1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