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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라는 말이 이만큼 어울리기도 어렵겠다. 1993년 남도답사로 시작한 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가 ‘드디어’ 서울에 도착했다. 오래 기다린 만큼 이야기도 풍성하다. 이번에 나온 두 권 가운데 1권은 종묘와 창덕궁 등 조선왕조의 궁궐을 거닐고, 2권에서는 한양도성과 성균관 등 조선왕조가 남긴 문화유산을 살핀다. 이어질 3권에서는 인사동과 서촌 등 묵은 동네 이야기를 풀어내고, 4권에서는 한강과 북한산으로 대표되는 서울의 자연지리를 둘러볼 예정이다.
의외로, 라는 말이 어울릴지는 모르겠으나, 유홍준은 서울에서 나고 자란 서울 사람이다. 창덕궁과 함께 동궐로 불리는 창경궁은 세종이 아버지 태종을 모시려 지은 수강궁에서 이야기를 시작해 영조가 백성과 관리의 의견을 직접 듣던 홍화문을 거쳐 순종황제 때 동물원과 식물원을 지나 유홍준이 초등학교 2학년 때 처음 소풍을 갔던 창경원까지 이어진다. '과거를 오늘에 걷는다'기보다 '과거부터 오늘까지 끊임없이 걷고 있다'고 하는 게 어울리겠다. 누군가는 이미 겹쳐 걷고 있을 테고, 누군가는 이제 걸어보자 마음먹을 터, 답사기 서울편은 이렇게 드디어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