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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소크라테스를 불러내지 않더라도 인간은 누구나 죽는다. 비관적으로 보면 인생이란 태어나면서부터 죽음으로 향하는 일이기도 하다. 죽음이 이렇게 자명한데 불멸을 이야기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불멸을 꿈꾸는 데 힘을 쏟기보다, 죽기 전 삶에 최선을 다하는 게 온당한 태도 아닐까. 개인 단위로 보면 그럴 수도 있겠지만, 시야를 넓혀 인류 문명, 인간 종의 생명으로 바라보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스티븐 케이브는 죽음을 넘어서려는 인간의 마음을 불멸의 욕망이라 부르며, 여기에서 종교, 철학, 도시, 예술이 탄생했다고 말한다. 멀리 길가메시에서 시작해 진시황제, 프랑켄슈타인, 달라이 라마까지 동서고금의 불멸 이야기를 찾아나선 그는, 죽음을 넘어서려는 인류의 시도를 네 가지로 나눈다. 육체적으로 생존하거나, 부활하여 되살아나거나, 영혼으로 존재하거나, 유산으로 기억되는 방법. 이 네 가지 이야기에서 우리가 찾아낼 수 있는 건 죽음일까, 불멸일까. 속단하지 말자. 앞서 말했듯 당신의 죽음과 불멸을 이야기하자는 게 아니다. 지금까지 인류가 이룩한 성취의 원동력이 불멸을 향한 욕망이라면, 앞으로 펼쳐질 가능성 역시 여기에서 찾아야 한다는 말일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