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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도의 주머니 가게 '미시마야'는 손님을 초대하여 그가 직접 겪은 기이한 이야기를 청취하는 '괴담 자리'로 명성이 높다. 너무도 괴이하여 타인에게 쉽게 털어놓기 어려운 사연을 풀어내고 마음의 무거운 짐을 내려놓도록 하는 자리다. 듣는 이는 미시마야의 차남 도미지로. 그는 이야기를 전해 들은 후 떠오르는 단상을 그림으로 그려 오동나무 상자에 봉해 넣는 의식을 통해 이야기의 무게에 짓눌리지 않도록 예방하고 있다.
보슬비가 거리를 적시는 가을, 웃는 방법을 잃어버린 이야기꾼이 괴담 자리를 찾아온다. 그간 누구도 믿어주지 않을 것이라 여겨 아무에게도 말할 수 없었던 그의 이야기는 유년기로 향한다. 무시무시한 저주에 씌어 고통받는 소중한 사람을 위해 그 저주를 대신 받고자 했던 아이는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오직 신들만이 출입할 수 있는 도박장에 불시착한다. 인간계의 시간과는 다른 시간이 흐르는 그곳에서 고용살이를 하며 보낸 세월은 그의 인생을 송두리째 뒤바꾸어 놓는다. "이야기하고 버리고, 듣고 버린다." 말하는 이도 듣는 이도 명심해야 할 이곳의 가장 중요한 규칙을 지키며 괴담 자리는 계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