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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과 발언권을 가진 이들이 자신이 가진 것들을 유지하기 위해 약자를 탄압하는 모습을 최근 너무 자주 목격했다. 책의 방향과 결을 예상하고 읽었음에도 왠지 낯설고 새롭게 느껴지는 이유는 지금 한국 사회라는 현실적 배경 때문인 것 같다. 공부의 목적에 인간을 두고, 인간이 소외되는 학문의 한계를 정확히 인지하는 김승섭의 이 책엔 문장마다 합리와 정의가 흐르고 있어서 오히려 비현실적으로 느껴질 정도다.
<아픔이 길이 되려면> 이후 6년, 김승섭의 연구는 여전히 고통의 곁에 머문다. 장애인, 성소수자, 여성 노동자들이 겪는 보이지 않는 고통, 수치, 차별을 그는 수치화하고 가시화하여 세상에 던진다. 지식이, 학문이 돈과 시간을 가진 자들을 위해 복무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그는 지식의 책임을, 공부의 목적을, 공동체가 나아가야 하는 방향을 끈질기게 묻는다.
책은 데이터와 논리로 촘촘한 근거를 갖췄지만 대중 교양서로서 어려움 없이 읽힌다. 타인의 삶과 고통에 관한 학문적 지식이 최대한 널리 퍼지길 원하는 저자의 의도이리라 짐작한다. 따뜻하고 정확하고 곧은 책, 우리의 더 인간다운 삶에 대한 염원을 담은 연말 선물로 제격일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