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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연준 시인의 여섯 번째 산문집인 이 책은 '금을 간직한 채 나아가는 일'이란 제목의 프롤로그로 시작된다. 관계의 금, 마음의 금, 일상의 금. 여러 금을 수선하기 위해 애써 보기도 하고, 때로는 금을 간직한 채로 고요히 나아가 보기도 한 지난 시간을 책에 부려놓는다.
시인은 산문을 쓰는 일은 잘 다듬은 콩나물을 바구니에 담아 내놓는 일 같다고 말한다. 자신이 다듬은 것들을 독자들에게 맡겨 알아서 조리해달라고 부탁하고 돌아서는 일이라고.
검은 고양이, 고양이 발톱, 초보 운전자, 아욱국, <소란>, 술, 시, 밤, 전시회. 시인은 자신의 시간과 함께해온 다채로운 단어들을 정성스럽게 다듬어 독자들에게 산뜻하게 건넨다. 고양이와 시인, 글쓰기와 시인, 생활과 시인, 사랑하는 많은 것과 시인 사이에 생긴 금의 이야기가 되기도 하고, 다시 금을 이어 붙인 이야기가 되기도 하면서 읽는 이의 마음을 가만히 끌어안고 다독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