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소설 투고 웹사이트에 '시한부 선고를 받은 소녀와 자발적으로 친구 없이 지내는 소년의 사랑 이야기'가 올라왔다. 소녀 쪽도 소년 쪽도 어떻게 더 이상 진부해질 수가 없는 소재다. 그런데 이 연재는 점점 호응을 얻기 시작하더니 결국 책으로 출간되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2016년 일본 서점대상 2위에 랭크됐으며 일본에서는 7월에 영화로도 개봉 예정이다. 작가 스미노 요루의 신데렐라 스토리가 좀더 '소설' 같을 정도다.
역설적으로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는 그만큼 흔한 소재를 감동적으로 잘 배치했다고 볼 수 있다. 죽음은 피할 수는 없지만 커다란 사건처럼 느껴지지는 않는다. 죽음은 마치 첫사랑이 대부분 이루어지지 않는 것처럼 이 삶과 언젠가 헤어질 거라는 막연한 느낌으로 드리워져 있다. 타인에게 좀처럼 마음을 열지 않던 소년은 소녀의 시한부 삶을 알면서도 그녀에게 다가서게 되고, 소녀 역시 떠나보내야 하는 운명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사랑의 마음을 뿌리치지 않는다. 이 짧은 사랑은 그 짧은 삶과 그 삶이 만나는 좁은 세계에 대한 비유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해설은 사실 별 의미가 없을지도 모른다. 마음이 계절 따라 흐드러지는 이런 때에 피어난 귀엽고도 아련한 사랑 이야기는 그냥 읽고 마음 속에서 피워보는 게 더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