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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초, 월 스트리트를 지배했던 한 사람이 있다. 당시 미국의 경제 호황은 뉴욕 시민 모두에게 성공의 열차에 올라탔다는 환희와 무한한 낙관주의를 선사했다. 이 열기가 흥청거리며 공기를 떠도는 막연한 감정이었다면, 앤드루 베벨은 부의 축복 세례를 정면으로 받아 기하급수적으로 증대된 돈을 모시며 그 신전에서 거주하는 사람이었다. 풍요의 시대가 그 탄생만큼이나 빠르게 저물며 대공황을 맞을 때에도 베벨의 재산은 계속해서 증식했다. 그에겐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여기 베벨에 대한 네 가지의 서로 다른 시선이 있다. "그는 돈의 뒤틀림에 매료됐다. 돈을 뒤틀면, 돈이 자기 꼬리를 억지로 먹도록 만들 수 있었다."라고 베벨을 묘사한 소설 <채권>. 이 소설이 공상에 의거한 악의적인 비방이라며 명예훼손 소송을 건 베벨이 자신의 얘기를 풀어낸 자서전 <나의 인생>. 이 자서전을 대필한 아이다 파르텐자가 쓴 진솔한 후기 <회고록을 기억하며>. 그리고 마지막으로 앤드루 베벨의 배우자 밀드레드 베벨이 쓴 일기 <선물>이다.
이 책의 커다란 매력은 글에 따라 문체와 목소리가 완전히 달라진다는 점이다. <채권>은 상류사회와 사교계를 그린 이디스 워튼의 소설을 닮았고, <나의 인생>은 타인이 언제나 자신의 말을 경청해야 마땅하다고 믿는 "위대한 미국 남자" 프랭클린이나 카네기의 자서전을 닮았다. <회고록을 기억하며>는 일상 속의 작은 어긋남을 놓치지 않고 포착하는 유명 에세이스트의 글을 연상케하고, <선물>은 한 곡의 재즈처럼 순간의 단상들이 휘갈겨져 있다. 독자는 네 개의 목소리를 넘나들며 숨어있는 진실의 조각을 찾아야 한다. 유례없는 번영의 시대에 대한 생생한 묘사, 돈의 속성에 대한 통찰도 깊이를 더한다. 독서의 묘미를 한껏 맛보며 탐독할 수밖에 없는 수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