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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끝부분에 실려있는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추도문에서, 그는 키키 키린과의 관계를 "'마음이 맞았다'라고밖에 표현할 길이 없"다고 말한다. 책의 제목은 <키키 키린의 말>이지만 품은 내용은 키키 키린과 고레에다 히로카즈와의 관계에 더 가깝다. 삶의 어느 순간에 마음이 맞았던 두 사람이 나눈 대화가 한데 엮여 나왔다.
어떤 이의 특별함이라는 것은 누군가 발견해내기 전까진 그저 유별난 특성일 뿐이다. 책엔 자연스럽게 살아있는 인물을 연기하기 위해 키키 키린이 기울인 노력과 그 보이지 않는 구석을 매번 발견해낸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대화가 변주를 거치며 여러 차례 나온다. 특별함과 그 특별함을 알아보는 특별함. 이를 고레에다는 "마음이 맞았다"는 말로 표현했지만, 분명 이 표현보다는 더 진한 관계가 둘 사이엔 있다. 서로를 알아보고 함께 의미를 창조해낸 십 여년의 세월 간 둘 사이에 쌓인 신뢰와 우정 같은 것들이 대화 곳곳에서 묻어나온다.
담백한 진실과 진심이 오가는 여섯 차례의 인터뷰 끝엔 고레에다의 추도문이 있다. 어딘가 쿵 내려앉는 마음을 느끼며 읽다 보면 아쉬움과 애틋함이 번져온다. 이 관계의 마무리마저 참 이들스럽다 싶다. 이들의 영화를 보고 난 후 매번 그랬던 것처럼, 책을 덮고 나서 한숨을 한번 폭 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