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의 쓸모를 두고 논쟁을 벌이던 때도 있었지만, 쓸모없는 일은 존재 이유도 없는 것으로 이해되는 오늘날에는 그런 논쟁조차 벌어지지 않는다. 철학 또한 쓸모를 증명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고, 그렇지 못하면 뒤안길로 사라질 운명에 놓인 지금, 철학의 적극적 쓸모를 제안하며 철학의 힘을 제대로 써보자고 독려하는 목소리가 들리니, 귀를 기울여 들어봄 직하지 않겠는가.
목소리의 주인공은 철학자 최진석 교수다. 노장사상을 바탕으로 현실에 천착하여, 개인의 고민과 사회의 위기를 돌파할 방법을 꾸준히 전하던 그는, 한국의 현실과 사유가 놓인 역사의 맥락을 짚으며 지금이야말로 본격적인 철학이 시도되어야 한다고 거듭 강조한다. 철학을 전략적인 높이에서 하는 사고로 이해하면, 시대의 흐름을 힘겹게 좇는 게 아니라 선도력을 갖고 시대를 이끌어 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철학의 쓸모가 이르는 결론은 각기 다르더라도, 철학의 적극적 쓸모를 과감하게 제안하는 일은 시도해봄직한 일이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