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차피 혼자 사는 인생이라지만, 그럼에도 함께 살 수 밖에 없는 세상이다. 관계가 얽히면 얽혀서 피곤하고, 관계가 흩어지면 흩어져서 외로우니, 팽팽하지도 느슨하지도 않은 적정한 거리를 파악하고 유지하는 게 늘 고민이고, 그렇게 우왕좌왕하다 보면 때로는 너무 팽팽하게 당겨지고 때로는 너무 느슨하게 늘어지는 관계의 간격 때문에 아예 관계를 포기하는 지경에 이르기도 한다. 도대체 사람 사이의 적정 거리는 얼마일까?
<서른 살이 심리학에게 묻다> 이후 한국에서 살아가는 이들의 마음을 꾸준히 어루만져온 정신분석 전문의 김혜남은 한동안 관계의 중심에 있었다. 스스로 잘 살아온 탓이라 여기며 때로는 성가셔하기도 했다. 그런데 파킨슨병 진단을 받은 이후 병세가 악화되어 활동이 뜸해지자 주변의 사람도 줄어들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당황스러웠지만 내가 없어도 세상은 잘 돌아간다는 놀라움 그리고 곁에 있는 사람들과 곁에 있어주던 사람들의 소중함을 새삼 느끼게 되었다.
그는 "인간관계 때문에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과거의 나처럼 실수를 저지르고 후회하지 않기를 바라며 이 책을" 썼다고 고백하며, 가족, 연인, 친구, 회사 사람 등 나를 둘러싸고 펼쳐지는 관계를 최적으로 유지하는 데 필요한 거리를 각각에 맞춰 제시한다. 물론 이는 최소한의 안전 거리일 뿐이다. 안 풀릴 때는 애쓰지 말고 잠시 미뤄두는, 내가 아는 모든 사람을 만족시키고자 하는 헛된 꿈을 버리는, 그러니까 나로부터의 적정 거리가 함께 고려될 때에만 우리는 "혼자라도 행복하고, 함께해도 행복할" 수 있을 터, 이제 각자 '마음의 자'를 꺼내 관계의 적정 거리를 가늠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