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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회 일본 추리작가협회상 단편 부문 수상작인 표제작을 포함한 단편집. 일본 미스터리계에서 꾸준히 활동 중인 와카타케 나나미의 신작이다. 와카타케 나나미는 아무리 어두운 소재를 다루더라도 분위기가 어느 이상으로 어두워지는 일이 없는데, 아무래도 간결한 정황 묘사와 더불어 음험한 인간 군상의 내면을 직접 묘사하는 일이 거의 없기 때문일 것이다. 마치 소년 탐정 코난이 등장하는 세계와 비슷하다고 할까. 와카타케 나나미의 세계에서 악은 존재하기는 하지만 특정한 경계 바깥에 있고, 독자들은 그 경계 안에서 '괜찮은 사람들'과 함께하고 있다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이 세계는 호러-스릴러와는 완전히 다른 곳이다. 악에게 정서적으로 침범당할 여지가 없는 깔끔한 세계다.
이번 단편집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이번에 등장하는 '탐정'들 중에는 그 자신이 대단한 스트레스에 함몰돼 불안을 노출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럴 때조차 어둠은 작품 속에 내려앉지 않은 채(또는 내려앉기 전에) 이야기는 끝난다. 그렇다고 신본격 미스터리 풍의 기발한 트릭이 나오냐면 그렇지도 않다. <어두운 범람>은 담백하다. 트릭은 간결하고 반전은 성실하다. 어느 한쪽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기기보다는 심적 부담 없이 즐겁게 읽을 수 있는 미스터리다. 이런 방향 설정은 꽤 현명한 선택 같다. 어떤 장르건 매니아들을 흡수하는 세부 장르들이 존재하며, 그 바깥에는 자신의 취향을 아직 확실히 하지 않은 팬들이 많다. 주로 해당 장르의 고전 소설들이 이들을 흡수하며 각각의 세부 장르들로 안내해 주지만, 동시대 창작물들 중에서도 그런 역할을 가진 작품들이 꾸준히 나와 주면 좋을 것이다. 와카타케 나나미는 그런 면에서 잘 해내고 있다. 미스터리 장르 초입의 난망한 교통 흐름을 잘 안내해주면서 부담없이 그 매력을 전달해 준다. 잠들기 전에 읽어도 전혀 심란하지 않은 추리소설로, 조금 특별한 의미에서 권해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