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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있어!"
귀에 집게손가락을 대고 눈을 감으며 음음음, 하듯이 흥겹게 몇 번이나 고개를 끄덕이는 이쓰키.
"지금, 음악, 즐거워? 다행이다. 아빠는, 음악, 몰라. 몰라. 아쉽다. 이쓰키한테는 음악, 있어! 신나! 즐거워!"
'음악'을 뜻하는 수어를 보고서야 가게 내에 흐르는 음악으로 이쓰키가 즐거워한다는 사실을 알아챈 아빠 하루미치는 이쓰키에게 처음 고백한다. 우리가 사실은 서로 다른 존재임을.
2017년 10월 17일 화요일은 그렇게 '서로 다른 기념일'이 되었다.
하루미치는 청인의 집안에서 태어나 자랐고, 음성언어인 일본어 교육을 받았다. 그의 파트너 마나미는 농인의 집안에서 태어나 자랐고, 태어났을 때부터 수화언어로 소통했다. 그리고 두 사람 사이에서 코다(CODA, 농인 부모에게서 태어난 자녀) 이쓰키가 태어났다. 언어도, 감각도 다른 세 가족의 일상 풍경과 이야기를 차분한 문체로 담아낸 <서로 다른 기념일>. 침묵과 고요의 세계와 소리의 세계, 그 두 세계의 경계선이 어떻게 허물어지고, 두 세계가 어떻게 포개어져 가는지 하루미치의 시선으로 보여준다. 서로가 서로에게 천천히 스며들어가는 과정을 통해 가슴 뭉클한 순간을 선사하는 이 책은 몸도 언어도 다르지만 우린 모두 소통할 수 있다는 중요한 사실을 일깨워주는 선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