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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의 부커상 수상과 <다른 방식으로 보기>의 인기로 소설가와 미술평론가로서 전성기를 누리던 40대의 존 버거. 그는 돌연 알프스 기슭의 산악 마을로 거처를 옮겨 생의 마지막까지 그곳에서 농사와 글쓰기를 함께했다. 그를 사로잡은 것은 산업화의 물결 속에서 '낙오자' 취급을 받고 사라질 위기에 처한 농부와 농촌의 문화였다. "인간에게 가장 근원적인 욕구를 충족시키는 근원적 일"인 농업은, 인간을 도구화하는 자본주의 이전의 열등한 단계로 치부되면서 '과거의 유물'이 되어선 안 되는 일이었다. 버거는 소멸하는 농촌의 삶을 체험하고 기록하는 일을 작가로서의 책무로 여겼고, 15년간 집필에 매진한 끝에 '그들의 노동에' 3부작을 완성했다.
소설은 작은 마을의 아름다운 정경과 '흙의 사람들'이 꾸려온 공동체의 소박하면서도 풍요로운 문화를 생생히 재현한다. 그리고 이들이 도시로 내몰려 익명의 임금노동자가 되는 과정과 그 황폐함 속에서도 끝내 싹트는 사랑과 연민을 놓치지 않고 포착한다. 도시에서와 달리 "모두가 그림의 대상이 되고, 모두가 그림을 그리기도 하는 하나의 공동 초상"을 이루는 마을의 이야기는 생기로 빛난다. 그러나 소설은 단지 산촌의 낭만을 노래하는데 그치지 않는다. 필요하지도 않은 것을 욕망하며 불행해지는 현대인의 삶과 소비주의에 대항하는 하나의 방법으로 자족적인 농민의 삶을 되돌아보고, 우리 인간에게 정말 중요한 가치들을 되새겨 보자고 제안한다. '진보'와 '성장'이라는 맹목적인 낙관과 공허한 믿음에 묵직한 물음표를 던지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