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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과 을의 나라>에서 한국사회에 만연한 갑질의 연원을 추적해, 조선 말기 관존민비에서 현대의 서열주의까지 갑질 공화국의 건국사를 밝힌 강준만 교수가, 이번에는 ‘개천에서 용 나는 사회’를 비판하며 여전히 갑질 공화국을 유지시키는 한국사회 내면의 착각을 드러낸다. “개천에서 용 난다.”가 단순한 속담이 아니라 한국사회를 움직이는 모델이자 심층 이데올로기로 작용한다는 분석이다.
우선 용과 미꾸라지를 구분하는 신분서열제, 억울하면 노력해서 용이 되라는 왜곡된 능력주의를 지적한다. 물론 한국이라는 나라가 개천에서 용 난 나라의 대표이기도 하니 이런 생각이 국민 정서일 수도 있겠지만, 세상이 변해 이런 사례가 거의 없을뿐더러 이 모델은 애초 누군가의 희생을 전제로 한 결과이기에 더는 이로 인해 생기는 격차와 차별을 당연시하면 안 된다는 주장이다. 개천은 떠나야 할 곳이 아니라 대다수가 살아야 할 터전이다. 개천을 떠날 생각보다 개천을 지키고 살 만한 곳으로 만드는 게 우선이다. 게다가 개천에서 난 용은 다시는 개천으로 돌아오지 않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