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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 3년 동안 (한국에서 그리고 전 세계에서) 페미니즘을 둘러싸고 벌어진 일들을 짧게 설명하기란 어렵겠지만, 그간 문제로 인지되지 않았거나 문제가 아니라며 묻혔거나 문제이지만 해결하기 어려우니 일단 문제가 아닌 것으로 하자며 모른 척해오던 문제들을, 정확하면서도 여전히 의미 확장이 가능한 언어로 표현하고 지적하여, 문제들의 목록을 만들고 나누고 타파할 가능성을 넓혔다는 점이 인상 깊다. 그 목록의 대표적인 예가 맨스플레인, 여성혐오, 데이트 강간/폭력이고, 이 책은 ‘맨스플레인’을 그 목록으로 제안하고 널리 퍼뜨린 리베카 솔닛의 다음 책이다.
이번 책에서는 맨스플레인 이후 벌어진 페미니즘 이슈와 각종 사건과 논란을 짚어가며 목록에 오른 말들을 둘러싼 오해를 바로잡고 그 말들의 가능성을 한층 넓히는 이야기로 가득하다. 그뿐 아니라 새로운 목록도 제안하는데, 그 가운데 ‘무지권’이 기억에 남는다. 특권이 있어 문제를 의식할 필요가 없는 사람의 권리라고 이해하면 될 텐데, 이들은 여지없이 몰라서 말을 하지 않는 상태에 머무르지 않고, 이미 다 알고 있지만 문제는 아니라거나 잘 모르지만 큰 문제는 아니며 해결되는 과정에 있다고(그래도 이쪽이 다행이랄까) 목소리를 높인다.
물론 각자의 경험은 모두 다르다. 그렇기에 몰라도 되는 무지의 권리가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렇기에 각자의 경험이 모두의 경험으로 이해되어야 하고, 다 알거나 알 필요가 없는 이야기로 방치하는 게 아니라 알아야 하는 이야기임을 확인하고 확산하려 노력해야 한다. 그간 페미니즘이 해온 일이 바로 이것이고, 덕분에 침묵을 거부하고 말하기 시작한 이들이 늘어났고, 덕택에 문제의 목록이 쌓여 해결해야 할 일이 폭발했다. 끝나지 않을 것 같지만 끝내야 하는 일이고, 끝내지 않으면 끝나지 않을 일이니, 무지권 따위는 던져버리고 온전한 권리와 책임을 수행하길 바랄 따름이다. 해결은 하지 못하고 문제의 목록만 늘어난다면, 더 고통스럽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