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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까지의 서른 살이란 어쩐지 아련하고 서글프고 등 뒤로 그리움을 남긴 이미지, 그래서 지금부터는 다시 되돌아갈 수 없는, 하나 가득 아쉬움만 남겨진 집을 두고 마른 길을 걸어야 한다는, 10대나 20대에는 하지 못했어도 괜찮아 아직은 어린 걸,이라고 스스로 위안삼을 수 있던 일들도 이제부터는 변명할 수 없는, 그런, 느낌.
여자라면, 아아, 더욱 그렇겠지요.
하지만 오사카 미에코는 이 시절을 그 어떤 시절보다 아름답게 묘사합니다. 아니, 그 어떤 사람보다 '아름다운' 눈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이겠지요. 키레이라는 서른 살의, 뭐라는 호칭이 좋을까요, 키레이에게는 아가씨도 (노)처녀도 여기자(여성잡지의)도 그냥 여성이나 여자라는 호칭도 어울리지 않는 것 같습니다. 그 전부이면서 전부 아니기도 하지요. 아무튼 서른 살을 맞이한 키레이가 있습니다.
키레이는, 미에코는 말합니다.
"...왜냐면 나도 저 애들 나이였을 때, 10대였을 때, 30대의 인간이란 건 전혀 별개의 생물처럼 느꼈었거든."
그리곤 속마음을 이렇게 덧붙이지요.
- 설마 자신도 언젠가 30살이 되리라고는, 생각도 못했는지도 모른다
<아름다운 시절>에는 20대와 함께 떠밀려 가버린 듯한 사랑이나 열정, 그리고 자신이 하는 일과 늘상 꾸었던 꿈이라고 하는 것들이 일상과 벌이는 갈등에 대한 이야기들이 있습니다. 미에코는 서른 살이라고 하는 나이를 거부하고 싶은 마음을 '아름답다'는 베일로 가리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래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 베일이 너무나 아름다우니까요.
미에코는 서른 살, 평범하지만 안온하고, 스산하기도 하지만 때로 굉장히 따스한 일상을 읽는이가 빠져들어 폭싹 공감할 만한 화법으로 이야기합니다. 하고 싶은 얘기를 주절주절 모두 읊어대지 않습니다. 그 이야기 속에 담아 슬몃슬몃 비춰주는 문법을 따르지요. 그 나무의 우듬지까지 모두 훑어내지 않아도 나뭇잎 하나에서 파랗게 빛나는 나무 전체를 볼 수 있듯이요. 그저 있는 그대로를, 하지만 거의 의식하고 있지 못하는 미묘한 감성의 한 구석을, 묘사하는 것만으로도 가슴을 뭉클 울립니다.
어쩜, 서른 살이라는 나이는 굉장히 아름다운 시간일 것 같다는, 얼른 서른 살이 되었으면 하고 선뜻 바라게 되기도 합니다. - 임지호(2000-03-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