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분에 살았어요. 고마워요.”
로프 없이 들어갔거나 적당한 때에 당겨 주지 않았다면 곤란할 뻔했다. 활짝 웃는 그녀를 보고 입술을 달싹이던 카라드가 갑자기 고개를 푹 숙였다.
‘오, 부끄러움 타나. 의외로 귀여운 성격이네.’
싱긋 웃는 그녀의 옆구리로 불퉁한 표정의 라오 조드가 파고들었다.
“누님, 나도! 나도 칭찬해!”
세영은 어깨에 비벼 대는 그의 머리를 손으로 툭툭 다독였다.
“아아아, 머리 때리지 말고 진심으로 칭찬해 달라고!”
“나름대로 진심으로 칭찬한 건데?”
“진짜 너무우우붑!”
세영은 새처럼 짹짹거리는 그의 입에 작은 병을 처박았다.
“고맙다고.”
동시에 라오 조드의 머리가 반짝이는 은발에 뒤덮였다. 살아 있는 생물처럼 꿈틀대며 자라난 머리카락은 어깨에 닿는 길이가 되어서야 멈췄다. 놀라 제 머리를 더듬거리던 라오 조드의 얼굴이 환해졌다.
“머, 머리가 자랐어! 앗, 그럼 아래도 자랐……?!”
바지 속을 들여다보는 그의 정수리에 카라드의 주먹이 쾅 떨어졌다. 컥 소리와 함께 입을 틀어막은 라오 조드가 눈물을 글썽거리며 카라드를 노려봤다.
“혀, 혀 때물어댜나! 날 죽일 셈이댜!?”
“대체! 숙녀 앞에서 무슨 더러운 짓입니까!”
으르렁거리는 둘을 보고 한숨을 쉰 세영이 환풍구로 다가갔다.
“음, 개판이네.” (2권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