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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크스 경제학자 정운영은 10년 전 이 즈음 세상을 떠났다. 1주기에 나온 유고집 <심장은 왼쪽에 있음을 기억하라>가 마지막 책이니, 이번에 나온 선집 <시선>은 무려 9년 만에 만나는 그의 글이다. 물론 떠난 그가 새로 남긴 글은 없다. 1989년 나온 첫 칼럼집 <광대의 경제학>부터 유고집까지, 아홉 권의 책에서 정운영의 사상이 잘 담긴, 그러면서도 여전히 시의성을 갖춘 글을 가려 모았을 뿐이다.
그럼에도 이 책을 권하는 까닭은 두 가지다. 우선 "그때와 별로 달라지지 않은 오늘의 현실 속에서" 광주부터 파리 코뮌까지 혁명의 역사를 되새기고 경제학의 소명을 확인하는 글이 여전히 필요하기 때문이고, 다음은 곱게 다진 생각을 차분하게 풀어내는 은근하고도 분명한 문장 속에 구원과 해방에 대한 열망과 희망을 담아낸 정운영 특유의 문체 때문이다. 마침 추석이 코앞이니 “추석은 재회와 화해의 시기이고, 또한 결실과 대비의 계기가 되어야 한다.”던 글 ‘귀향, 화해 그리고 새 출발을 위하여’가 눈에 걸린다. 정운영의 글과 생각이 오늘 현실에 턱턱 걸려 생각할 틈을 전해주길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