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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임없이 다가오는 재앙을 막기 위해 칼렙과 힐데는 여행을 떠나게 된다.
새하얀 눈으로 그득한 차가운 세상에 남겨진 두 사람.
힐데는 칼렙의 진심을 듣게 된다.
그리고 칼렙의 영혼이 품고 있던 비밀도 알게 되는데…….
“나는 평생을 통틀어 오로지 그대만을 원했다.
전생에서도, 그리고 지금 이 생에서도!
진정으로 그대는 나의 처음이자 끝이며 영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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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웃지?”
싸늘하고 잔혹한 황제답지 않은 재미있는 모습이라 그렇다고 말을 할 수는 없었다.
“그냥…… 기뻐서요. 세상의 모든 것을 가지고 있는 황제이면서 나를 이렇게 원하는 게…….”
이건 진심이었다.
“나는 단 한 번도, 단 한순간도 황위를 원한 적이 없다. 평생을 통틀어 오로지 그대만을 원했다.”
칼렙은 두 손으로 힐데의 뺨을 어루만졌다. 세상에서 가장 고귀한 보물을 만지는 것 같은 부드럽고도 다정한 손길이었다.
“원래도 황위에 관심이 없었고. 어머니께서 권력을 탐하지 말라고 신신당부하셨지. 하지만 내가 황위 자체를 인생에서 완전히 지운 건, 열 살 때 그대의 초상화를 본 순간부터이다. 안 그래도 그대가 교황이기 때문에 성혼하기 어려울 텐데, 내가 황제가 되면 책임져야 할 게 많아지니 더 힘들 거라고 생각했으니까.”
“오로지…… 나 하나를 위해서?”
“그렇다. 나는 그저 그대만을 바랐다. 그런데 황제가 되었지.”
원치 않은 것을 하게 된 것. 그럼에도 그는 황제로서 책임을 다하고 있었다. 힐데는 칼렙을 꼭 끌어안으며 감탄했다.
“대단해요. 책임감도 그렇게나 강하고, 마법도 훌륭하고, 검술도 잘하고…….”
“그리고?”
더 말해 보라는 재촉이었다.
“음, 잘생겼고?”
“그리고?”
“……근육질이고?”
칼렙이 눈을 빛냈다.
“그대는 근육을 좋아하는군?”
“네? 네. 마른 것보다는 당연히 건강한 근육이 좋아요.”
“그렇군.”
칼렙의 붉은 눈동자가 번쩍거리는 게 어쩐지 심상치 않았다.
“왜, 왜 그래요?”
“재앙을 막은 뒤, 그대를 위해 근육을 더 키우겠다.”
“그럴 필요는 없어요. 지금도 아주 멋진걸요.”
힐데는 슬쩍 뒤로 물러나 그의 알몸을 훑어보았다. 정말이지, 굉장히 훌륭했다. 저도 모르게 마른침을 삼켰다.
“다시 말하지만, 그대는 아직 건강이 좋지 못하다. 사랑해 줄 수 없다.”
“누, 누가 그래 달래요?”
“날 보고 침을 삼켜 놓고, 아니라고?”
“아, 아니에요!”
힐데는 고개를 도리도리 돌렸으나 얼굴은 이미 따끈따끈했다.
“그대는 정말 귀엽군.”
칼렙은 얼굴 가득 웃음을 담고는 두 손으로 그녀를 꼭 끌어안고 누웠다.
“자, 늦었으니 이만 자야 한다.”
그는 그녀의 등을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편안하게, 푹 자야 한다.”
내일 아침부터는 정말로 힘들 테니까.
칼렙이 더 말하지 않았으나 힐데는 알아들었다. 방금까지 오두막 전체를 포근하게 감쌌던 따듯한 기운이 어둡게 스러지는 것 같았다.
힐데는 그에게 더 바싹 다가가며 눈을 감았다. 이마에 따듯한 입술이 다가와 속삭였다.
“사랑하는 나의 힐데, 좋은 꿈꾸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