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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상이란 말을 곧이곧대로 믿기에는 한국사회가 겪은 현대사의 풍파가 적지 않았다. 더불어 성공적인 협상으로 기억할 만한 성과도 별로 없다. 당연히 지난한 협상의 과정을 지켜볼 여유도, 시간을 두고 힘겹게 얻어낼 가치에 대한 기대도 크지 않다. 그럼에도 한반도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끝없는 갈등을 마주하면, 협상 말고 다른 선택지를 상상하기란 어렵다. 그렇다면 협상에 어떻게 임하고, 협상에서 무엇을 이끌어 내야 할지 고민이 이어져야 할 터, 협상 실무 경험과 정치학 이론을 두루 갖춘 김연철 교수의 책이 반가운 까닭이다.
그는 미국과의 개성공단 사업 협상, 북한을 포함한 6자 회담 협상 등 실전 협상 경험을 바탕으로, 지난 20세기를 뒤흔든 세계사의 협상을 돌아본다. 각자의 요구, 팽팽한 줄다리기, 누군가의 성공과 누군가의 실패로 남는 결과를 복기하며 협상에 필요한 자세와 방법이 무엇인지 밝힌다. 여기에서 드러나는 협상의 핵심은 주체가 사람이라는 것, 그러니 신뢰를 쌓는 게 중요하고, 이는 협상의 조건이 아니라 결국 협상이 얻어야 할 결과라는 결론에 이른다. 생각해보면 당연한 말이다. 믿을 수 없으니 협상을 하고 약속을 하는 게 아니겠는가. 누구를 어떻게 믿고 무엇을 주고받아야 할지, 가깝게는 개인과 개인부터 멀게는 국가와 국가까지 적용할 수 있는 협상의 전략, 전술을 깊게 맛볼 기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