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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출퇴근을 하는 통근자로서, 그리고 몸살로 휴가를 내고도 집에서 이 글을 작성하며 사실상 재택 근무를 하는 직장인으로서, 출퇴근 하기도 힘든데 출퇴근의 역사 따위 알아서 무엇하겠느냐는 당신의 마음, 충분히 이해한다. 하루 빨리 주 4일 근무가 시작되어 하루라도 출퇴근에서 해방될 수 있기를, 그게 어렵다면 덜 붐비는 시간에 출퇴근 하는 것만이라도 가능하기를 바라는 마음도 잘 안다. 그리고 당신과 나, 우리 모두는 이런 일이 하루 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으리라는 것을 너무 잘 안다. 그래서 지난 200여 년 동안 만들어진 출퇴근의 현실을 살펴보며 일말의 가능성을 찾아보려 한다.
원흉은 철도다. 기차가 생기며 다수의 사람을 먼 곳까지 실어 나를 수 있게 되었고, 과밀한 대도시에서 벗어나 일터와 삶터를 구분하여 살고자 하는 욕망이 실현되기 시작했다. 흔히 말하는 교외가 이때 탄생한다. 물론 그떄는 가진 자만이 통근을 할 수 있었다. 당시 기차 1년 정기권이 노동자의 연봉과 비슷한 수준이었기 떄문이다. 그러다 자동차가 등장하며 미국식 타운이 생겨났고, 세계 곳곳에서 도시화가 진행되며 다양한 출퇴근 문화가 나타나기 시작했는데, 수만 대의 자전거가 도로를 꽉 채우며 달리는 중국 베이징과 푸시맨이 전철에 승객을 밀어넣는 기괴한 모습을 볼 수 있는 일본 전철의 풍경은 우리에게도 익숙한 장면이다. 이렇게 출퇴근의 역사를 휘돌아 우리가 궁금해하는 질문, 출퇴근하지 않는 재택근무는 실현 가능할까에 이르는데, 안타깝게도 미래는 희망적이지 않다. 실리콘밸리에서는 함께 모여 이야기 나누는 과정에서 새로운 아이디어가 샘솟는다며(정말?) 출퇴근을 장려한다는 소식이다. 이렇게 말하면 약간의 위안이 될지 모르겠다. 그래도 출퇴근이 있으니 일터와 삶터가 분리될 수 있고, 삶터가 일터에 완전히 포섭되는 상황을 가까스로 막을 수 있다고. 그보다 큰 위안도 함께 전한다. 이제 곧 퇴근 시간이라고. 오늘도 모두 충분히 애쓰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