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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가족과 비정상가족. 둘을 가르는 기준은 무엇일까. 언뜻 떠오르지 않는다면 각각에 들어갈 가족의 모습을 한번 그려보자. 아마 비정상가족에 속하는 모습이 훨씬 다양하게 나오지 않을까 싶다. 정상가족의 모습은 하나뿐이니 말이다. “’정상가족’ 이데올로기는 결혼제도 안에서 부모와 자녀로 이뤄진 핵가족을 이상적 가족의 형태로 간주하는 사회 및 문화적 구조와 사고방식을 말한다." 다시 말해 현실에 존재하는 가족이라기보다는, 그것에서 벗어나거나 그것에 이르려 하지 않거나 그것에 이를 수 없는 가족을 정상 바깥에 두고 배제하기 위한 상상이라 하겠다.
문제는 이 상상이 상상에 그치지 않고 강력한 억압으로 작동한다는 데 있다. 이 억압은 두 방향으로 작동하는데, 가족 안으로는 가부장제 안에서 아이를 부모의 소유로 여겨 보호를 넘어선 구속에 이르게 하고, 가족 바깥으로는 정상가족의 범주에서 멀어질수록 사회의 일원으로서 마땅히 누려야 할 권리를 확보할 수 없게 만든다. 그러니까 엄연히 ‘있는 가족’을 ‘없는 가족’으로 만들기 위해 ‘없는 가족’을 ‘있는 가족’으로 상정한다는 말이다.
이 책은 미혼모와 이주노동자 그리고 그 아이들에 대한 차별부터 인구가 줄어든다며 출산을 장려하면서도 입양은 가장 많이 보내는 모순까지, 한국사회에 팽배한 가족주의가 만들어낸 폐해를 고발하고, 이러한 가족주의가 가족 내에서만 작동하는 게 아니라 학교, 회사, 사회까지 퍼져 한국사회 전체를 헤어나오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게 한다고 지적한다. 특히 "가족 내에서 가장 취약한 사람인 아이를 중심에 놓고" 문제를 들여다보며 부모와 양육자 중심의 사고에서 벗어날 기회를 전하는데, 이 시선의 전환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래야만 비로소 자율적 개인이란 무엇인지, 그들이 구성할 열린 공동체가 어떤 모습일지 상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배제를 위한 상상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를 인정하고 수용하고 서로를 확장하기 위한 상상, 이것이야말로 다음에 올 사람과 지금을 살아가는 모두를 위한 이야기 아닐까. 앞으로 가족이라는 말을 떠올릴 때마다 이 책을 함께 기억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