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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좋아지면, 밤이 깊어지면' 지금껏 누구에게도 해본 적 없는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어진다는 안희연 시인. '귤의 시'에서 시작하여 '그 겨울의 끝'으로 끝나는 단정한 한 권의 에세이로 독자들을 다시 찾는다.
시인에게 시는 "이쪽에서 저쪽으로의 옮겨짐"이고, 시를 써내려가는 일은 "어디 있는지도 모를 산 하나를 옮기는 일"이다. 흩어지는 구름을 보면서, 흙을 파헤치는 손을 보면서, 마음은 정직하게 아팠노라고 말하고, 거기에 진실이 있다고 믿는다.
시와 시 쓰는 일을 대하는 시인의 그 마음이 귤로 보늬밤조림으로 시어서커 잠옷으로 헬렌 셰르브베크 화집으로 세상에 없는 아버지로 옮겨지고, 다시 진솔한 이야기의 형태로 옮겨진다. 시인의 언어를 품은 모든 산문은 튕겨나가는 일 없이 조용히 스며든 뒤, 읽는 이의 마음을 조금 더 안심되고 조금 더 나은 쪽으로 옮겨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