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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인 히로키에게는 등교를 거부하고 있는 초등학생 아들이 있다. 인간에게는 당연히 걸어야 할 평범한 길이 있다고, 그 길에서 벗어난 사람들은 의외로 많고 그 사람들과 범죄와의 거리는 아주 가까워진다고 믿는 그는 아들이 그 길을 벗어나게 될까 초조하다. 침구 전문점 직원으로 일하는 나쓰키는 인생을 통째로 규정하는 비밀을 안고 있다. 그 비밀을 지키기 위해 타인이나 사회와의 연결을 최대한 지양하는 삶을 살지만, 늘 살얼음판을 걷는 듯 위태롭다. 대학생 야에코는 남자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다. 학교 축제 준비위원으로서 ‘다이버시티 페스티벌’을 기획하며 다양한 사람들의 가치를 존중하고 그들과 연대할 방법을 고민하는 와중에, 자신의 트라우마를 건드리지 않는 남자를 만난다. 전혀 관계없어 보이는 세 사람의 이야기는 보이지 않는 끈으로 연결되어 있다. 그리고 그 연결이 드러나는 순간, 소설은 독자를 강렬하게 흔들어놓는다.
2021년 출간 이후 일본을 뒤흔든 문제의 베스트셀러. ‘다양성’이라는 말에도 쉽게 포함되지 못하는, 남들과는 다른 자신을 들키지 않기 위해 필사적으로 숨죽이고 살아가는 가운데에서도 살아남기 위해 잡을 다른 손이 필요한 사람들의 이야기다. 책은 정욕(正欲), 바른 욕망이란 무엇인지, ‘바르다’는 것, ‘어엿하다’는 것이 무엇인지 공격적으로 묻는다. 그리고 바르지 않다고, 이상하다고 여겨지는 것을 욕망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의 고독과 절망, 욕망을 이야기한다. 책을 읽고 나서도 쉽게 입을 때기 어렵게 만드는, 그럼에도 마음속 한구석에 균열을 일으켜 그 사이로 새어 나오는 사념을 주체하지 못하게 만드는 문제작. 카프카가 말했던 ‘우리 내면의 얼어붙은 바다를 깨는 도끼’ 같은 책이란 이런 것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