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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이크가 듣지 않는 전차 앞에 다섯 명이 서 있다. 기관사는 선로를 유지하여 다섯 명을 치어 죽일 수도 있고, 다른 선로로 틀어 한 사람만 치어 숨지게 할 수도 있다. 기관사는 사람이 적은 선로로 방향을 틀어 다섯 사람 대신 한 사람을 죽여야 할까?’ <정의란 무엇인가>의 첫 토론 주제로 더욱 유명해졌지만, 이 사고 실험은 윤리학 수업 첫 시간에 자주 등장하는 물음으로, 탄생 50여 년 만에 철학에서 빼놓을 수 없는 딜레마가 되었다.
사고 실험 자체로도 각자의 직관이 무엇에 근거하는지, 그 근거가 얼마나 탄탄한 설득력을 갖고있는지, 나와 다른 생각은 어떻게 구성되는지 살펴보는 재미가 충분하지만, 이런 일이 실제로 벌어진다면, 그래서 법정에서 행위자의 유, 무죄를 가려야 한다면 문제는 자못 심각해진다. 이 책은 행위자가 기소되어 검사와 변호사가 법정 공방을 벌이고, 각계 전문가가 입장을 표명하고, 시민이 공개 토론에 참여하여 배심원단이 판정을 내리는 과정 속에 칸트, 니체, 벤담, 피터 싱어 등 도덕철학자의 이론을 녹여낸다. 짧은 분량에 재판 전개와 철학 이론을 속도감 있게 풀어내는 솜씨가 발군이고, 무엇보다 ‘생각’이 왜 중요한지 생각해보게 한다는 점에서 반가운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