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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스트로 살면서 목소리를 낸다는 건 인신공격에 계속 노출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책 서문에서 발췌한 문장이다. 세상에 내놓는 한 마디 한 마디에 비난과 공격이 매섭게 꽂혀드는 경험을 하는 사람의 말은 어떤 걸까. 더 탄탄한 근거와 논리로 무장해야 할 것이다. 맥락 없는 비난은 허술한 틈을 우연히 뚫을 때 갑작스러운 정당성을 갖게 되니까. 깐깐하고 깊은 사유는 유일한 방패다.
그렇게 20년간 한국 사회에 목소리를 내어 온 여성주의 연구활동가 권김현영의 첫 단독 저작이다. 긴 세월 벼려온 사유는 투박한 일상을 예리하게 갈라 가려져 있던 위계를, 차별을, 배제를 보여준다. 그간 다양한 매체에 기고한 원고를 엮은 이 책의 글 중엔 한국의 페미니즘이 이미 지나고 넘어온 이야기도 있다. 저자는 "진화하고 싶기 때문"에 이 글들까지도 포함했다고 한다. 지나온 역사를 알아야 논의를 초기화하지 않을 수 있다. 그가 밟아온 사유의 진보 위에서 다음 세대는 또 다음 단계의 논의를 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