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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소프트(이하 MS)의 CEO가 직접 쓴 책이 나온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나는 두 명을 떠올렸다. 주인공은 머지않아 밝혀졌고 나는 실망스런 표정을 숨길 수 없었다. 하긴, 양대 산맥 빌 게이츠와 스티브 발머는 손을 놓은 지 오래다. 그런데 인도스러운 이름인 사티아 나델라에 대해서는 들어본 바가 없다. 어쨌든 지난 2014년, 갑작스럽게 은퇴를 발표한 스티브 발머의 후임으로 MS의 세 번째 CEO가 된 인물이 바로 이 책의 저자, 인도 출신의 엔지니어 사티아 나델라다. 이 사람이 낯선 것은 나 혼자가 아닐 것이다. MS는 늘 곁에 있지만 관심을 둔 적은 별로 없는 그런 존재다. 매일같이 윈도우를 사용하고, 엑셀 없이는 살 수 없을 정도지만 그게 특정 회사를 애정할 이유는 되지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몇 년 사이 이 회사에 대한 부정적인 뉴스들을 간간히 접했던 기억이 난다.
사실, 21세기를 성공적으로 열었던 전임자 발머의 말년은 썩 좋지 못했다. 익스플로러는 웹브라우저의 왕관을 크롬에 내줬고 윈도우는 계속되는 혹평 속에 깨진 유리창처럼 흔들거렸다. 그랬던 MS가 연일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클라우드 시장을 발 빠르게 장악한 것이 절대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우리는 그 내면을 세심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이 인도인은 어떻게 게이츠와 발머가 하지 못한 일들을 단숨에 해냈던 것일까. 이 책에서 그는 자신의 회고를 통해 리더의 역할과 조직 문화의 중요성을 일깨운다. 그것은 곧 영혼을 재발견하고, 사명을 재정의하고, 회사의 성장 동력을 각인시키는 일이다. 이 낯선 CEO의 자서전이 성공담에 그치지 않아 다행이다. 서문을 쓴 게이츠의 말대로 이 책은 기술이 낳은 기회를 최대한 활용하는 과정, 그 대단히 흥미로운 이야기로 가득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