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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롭게도 인류의 거의 모든 문화권에는 대홍수(大洪水) 신화가 있다. 성경에 등장하는 노아의 방주 이야기를 비롯하여 길가메쉬 서사시의 우트나피쉬팀, 힌두 신화의 마누 등 태곳적 온 세상을 휩쓴 거대한 홍수와 그 안에서 살아남은 인간의 이야기는 곳곳에서 다양한 형태로 전해져왔다. 이러한 공통된 신화적 모티프가 존재하는 것은 인류 초기 문명의 발상지가 대부분 주기적으로 범람하는 큰 강을 끼고 있었기 때문에, 혹은 빙하기 이후의 해수면 상승으로 살던 터전이 해수면 아래로 잠겼던 경험이 구전되어 신화로 정착한 것이기 때문이라는 추측이 있다. 이유가 무엇이든, 이들 대홍수 신화가 공유하는 또 하나의 중요한 모티프가 있는데, 그것은 대홍수 이후 세상은 다시 태어난다는 것이다.
거대한 물결이 휩쓸고 지나간 이후의 세상은 그 이전과 같을 수 없다. 그리고 사람의 삶에 거대한 영향을 끼친 물결은 신화 속 대홍수만은 아니다. 인류가 불을 발견하고 이용한 이래로 바퀴, 문자, 전기, 백신 등 기술의 진보와 확산은 세상을 변화시키는 거대한 물결이었다. 그리고 지금도 또 하나의 거대한 물결을 맞이하려 하고 있다. AI기업 ‘딥마인드’의 창립자이자 알파고 개발의 주역 가운데 하나인 무스타파 술레이만은 AI가 ‘새로운 전기’처럼 엄청난 범용성을 가지고 우리 삶에 깊숙이 들어와 우리의 삶을 한 단계 도약시킬 것으로 전망한다. 그리고 동시에 이 변화를 우리가 통제하고 억제할 수 있는지 우려한다. 엄청난 잠재력과 위험성을 지닌 두 가지 범용 기술, 인공 지능과 합성 생물학이 어떠한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지, 왜 억제하기가 어려운지 살펴보고, 억제되지 않은 기술의 물결이 불러올 거대한 권력 재분배의 정치적 함의, 그리고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에 대해 이야기한다. 최고의 AI 전문가인 저자는 인류 역사상 가장 강력한 기술을 ‘억제하는 문제’가 이 시대 최대의 과제라고 강조한다. 저자는 묻는다. 우리는 재앙과 디스토피아 사이의 ‘좁은 길’을 헤쳐 나갈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