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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작가상, 현대문학상, 한국일보문학상을 수상한 최은미의 장편소설. 2020년에 발표한 단편 <여기 우리 마주>의, 2020년 팬데믹을 통과하며 캔들 공방을 운영하던 나리와 공방 손님 '수미'의 날이 선 이야기를 장편소설로 깊이 들여다 본다. 면역과 잠복과 격리와 확진 같은 단어들. 서로의 행적을 감시하며 강박적인 사람들이 되어갔던 그 시간처럼 소설은 읽는 이를 옥죄어온다.
'여자여자'한 순한 외모의 나리는 여성 집단에서 잘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이었다. (어떤 여성들은 나리를 '마치 타도해야 할 여성성의 재현물 그 자체인 것처럼 대했다. (51쪽)고 나리는 기억한다.) 나리는 수미와의 관계에서도 긴장하고, 미워하고, 눈치를 본다. 도저히 스스로의 어머니됨에 적응하지 못하는 여자들, 자신이 이 아이의 엄마라는 사실을 증오하는 나리와 수미는 자신을 미워하는 꼭 그 가혹한 시선으로 상대방을 마주보고, 이들은 감염과 공황을 겪으며 이 시간과 불화한다.
긴 겨울을 우리 역시 움츠리고 살았다. '내가 숨을 쉬고, 머물고, 먹고, 얘기를 나눈 어느 곳에서도 나는 감염될 수가 있었다.'(41쪽)는 걸 모두가 인지했고, 인지하지 못하는 이의 부족함은 도덕적 지탄을 받았다. 익히 통계로 알려진 대로 이 기간 동안 정신질환을 호소하며 병원을 찾은 이가 폭발적으로 늘었고,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 세 명 중 한 명은 장애인이었다. 한센병 환자가, 결핵 환자가 배제되었던 것처럼 우리가 서로를 배제하던 시간들이 지나가고 있다. "좋은 소설이 대개 그렇듯 최은미의 『마주』 역시 개인의 불안과 외로움을 펼쳐 보이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공동체의 몫에 대한 질문을 아우른다."는 소설가 조해진의 추천처럼 소설로 개인과 사회의 생채기를 들여다보는 것, 이것은 문학의 일이고, 최은미의 소설이 해내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