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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보는 말과 돌아보는 말 사이에서
밀리는 마음과 밀어내는 마음 사이에서 (<남겨진 것 이후에> 中)
시는 동심원을 그리듯 조심스럽게 말의 연쇄로 공간을 만들어 낸다. 반복되는 단어들. 소리 혹은 의미들. 동그랗게 퍼져나가는 입모양처럼. 소리 내어 읽어야 할 겹겹의 목소리들. "점선과 점선들로 분명해지는 어제의 여백"(<여기에 그리고 저기에> 中) 같은 문장이 어제의 감정을 더듬는다. "낱말 상자에서 낱말 종이를 꺼내"고, "일정한 간격을 유지하고 청색 갈색 문장을 수집"(<지금 우리가 언어로 말하는 여러 가지 이야기들> 中)해 마련해둔 '발화 연습 문장'을 차곡차곡 모았다. 적확한 단어를 찾기 위해 단어와 단어 사이를 떠도는 사이. '알고 있는 것에 대해 쓰기 시작하면 아무 것도 알 수 없게 되'는 걸 알면서도 (<흑곰을 위한 문장> 中) 시로 말할 수밖에 없는 그 마음이 잡힌다.
"나는 지금 임의의 선분을 사이에 두고 나에게 말을 거는 연습을 하고 있다." (<발화 연습 문장―그리하여 흘려 쓴 것들>)라고 말하며 시가 보냈을 긴 밤들. 알 수 없는 병의 이름들. 절망들, 좌절들. 단어와 단어 사이. 마침표를 꾹꾹 찍어내려가며 곱씹었을 어제의 마음들. 그 후회와, 반성과, 원망과 자책 같은 것을 짐작하면 바로 그 자리에 마음이 있다고 말하고 싶은 기분이 된다. 이제니의 세번째 시집. 두번째 시집 <왜냐하면 우리는 우리를 모르고> 이후 5년 만에 출간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