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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와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 단 한 권의 시집과 단 한 권의 산문집으로 깊은 인상을 남긴 시인 박준의 시가 6년을 흘러 도달했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을 기억하는 조심스럽고 다정한 말들. 우리가 함께 한 일들. 우리는 (겨우) "같은 음식을 먹고 함께 마주하던 졸음"이(었을 뿐이)다. (<선잠> 中) 이 고요한 감정의 교류를 '겨우', '뿐이다' 정도의 말로 한정지어 과장하는 게 조심스러울 정도로 언어는 사려 깊은 태도로 의중을 묻는다.
'보고 싶다'는 바람의 말도, '보았다는 회상의 언어도 아닌, '볼 수도 있겠다'로 앞으로의 일을 상상하는 조심스러움. 우리가 언젠가 함께할 수도 있는 시간을 기대하며 시인은 지나간 우리의 일에 안부를 건넨다. 봄의 우리, "왜 봄에 죽으려 했느냐는 것"을 마주 앉은 당신에게 묻던 내 심정.(<그해 봄에> 中) 여름의 우리, "당신은 어렸고 나는 서러워서 우리가 자주 격랑을 보던 때의 일".(<여름의 일> 中) 아직 장마는 오지 않았고, 우리가 함께 장마를 볼 수도 있는 그 철까지는 시일이 있어 우리는 계속 쑥국을 먹고 도라지 무침을 먹고 메밀국수에 동치미를 먹을 것이다. 그렇게 '당신의 이름' 같은 끼니를 함께 나누는 동안, 신형철의 발문대로 이 시가 '당신'을 돌보고 있음을 깨닫게 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