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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뒷면의 설명에 따르면 <신비한 결속>은 '내면의 자아를 찾아가는 궤적을 그린 키냐르의 소설 중 두번째 작품'이다. 이에 따르면 첫번째 작품은 <빌라 아말리아>가 되겠다. <빌라 아말리아>에서 주인공 '안'은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재구축하고자 하는 인물이며 '빌라 아말리아'는 그녀가 찾아낸 장소이자 풍경이다. 안은 파스칼 키냐르의 소설 속에 등장하는 다른 인물들과 유사한 욕망을 갖고 있다. 키냐르의 작중 인물들은 언제나 자연의 리듬을 찾아 움직이며 그 리듬을 갖고 있는 장소에 도착하면 닻을 내리고 가능한 오래 머무르고자 한다. <신비한 결속>의 주인공 클레르도 마찬가지의 인물이다. 특히 클레르는 '문명'의 생활에 노출된 의식의 지반 아래에 있는 시원의 물결을 본능적으로 감지하고 있다. 이 점에서 클레르는 일종의 마녀다.
이 지극한 감수성을 갖고 있는(어쩌면 작가의 페르소나일) 그녀는 자연스럽게 키냐르가 선호하는 풍경 속에서 살아갈 수 있는 특권을 얻는다. 그러나 클레르가 실제로 탐닉하는 낙원의 경관은 '풍경'의 일부에 불과하다. 클레르 자신이 또 하나의 풍경, 즉 심리적인 풍경의 중심이 될 때 '풍경'은 비로소 완성된다. 그녀가 연인과, 동생과, 자신이 사랑하던 장소와 각각 조응하면서 발생시키는 파동은 제각각 다른 주파수를 띠며, 이 다른 주파수들은 서로 부딪혔을 때 살짝씩 이그러지거나 증폭되면서 뉘앙스로만 이루어진 무형의 풍경을, 마치 음악과도 비슷한 무언가를 만들어낸다. 클레르는 이상향에 도착하고자(돌아가고자) 하나, 그렇게 깨어있는 이가 '풍경'에 다다르고자 하는 여정-삶-관계 자체가 이미 무형의(파동의) 지형을 형성한다. 그렇게 형성된 무형의 지형은 부지불식간에 모든 게 멈춰버린 세계처럼 오래도록 고독하고 조용하다. 어쩌면 그곳이야말로 키냐르의 낙원일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신비한 결속>은 올여름에 찾아온 소설들 중 가장 이상한 피서지를 제공하는 책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