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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남자가 사체를 호수에 유기한다. 남자는 교사, 유기당하는 사체는 그가 가르치던 학생이고 둘은 부적절한 관계를 맺고 있었다. "호수가 다현의 몸을 삼켰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해 시작해 "그런데, 다현은 누가 죽였을까?"라는 문장으로 맺는 이야기의 프롤로그. 이제 우리는 스릴러 소설의 독법대로 이야기의 단서를 쫓아 범인을 찾아야 한다. 범인이 누구인지 집중하는 사이, (대부분의) 우리는 중요한 질문을 할 기회를 놓친다. <유괴의 날>, <내가 죽였다> 등의 소설을 발표하며 왕성하게 활동해온 소설가 정해연은 속도감 있게 이야기를 전개하며 인물과 인물 사이를 오간다. 누가 다현을 가장 미워했을까? 등장하는 인물마다 알리바이와 동기를 짜맞추며, 우리는 범인이 '누구'인지에 집중한다.
"준후는 인간의 방심을 믿었다." (54쪽)라는 문장을 다시 읽어본다. 스릴러를 읽는 독자들 역시 스릴러의 문법에 익숙해져 있다. 익숙함의 눈으로 이 소설을 보다보면 결말의 반전이 놀라움으로 독자를 인도한다. '스포 금지', '전무후무한 결말' 등을 홍보 문구로 내건 출판사의 소개글은 (적어도) 나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벚꽃지는 계절에 그대를 그리워하네>, <13.67> 같은 '반전 미스터리'를 기대하는 독자를 위한 올 여름의 선택. 스포일러를 피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스포'를 밟기 전 경험하는 것이다. 개봉 당일 그 어떤 인터넷 게시판도 찾아보지 않고 바로 극장에 가는 그 마음으로, 이 책을 가급적 빨리 볼 것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