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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여행자들>로 영국 추리작가협회가 주관하는 대거상을 수상한 윤고은의 장편소설. 물리학자 김상욱의 추천대로 '한마디로 기상천외하고 흥미진진'하다.
12년 전 올해의 작가상 후보에 오른 적이 있는 미술작가 안이지는 잊혀지던 작가였다. 생계를 위해 '빨리' 어플의 라이더로 쉐이크쉑 버거 배달을 하던 안이지는 로버트 재단의 창작프로그램에 선정되었다는 전화를 받고 불타는 캘리포니아로 향한다. 제안은 이러하다.
로버트 재단 인근 도시(Q)에서 영감을 받아 작품을 완성한다.
항공권, 체류비, 활동비, 전시 등을 지원하되 전시회 마지막 날에 작품 중 하나를 소각한다.
NFT화를 위해 원본을 불태운 데미안 허스트가 연상되는 제안이다. 작가들의 이력의 가장 화려한 한 줄이 될 만한 기회. 로버트가 개라는 것, 로버트가 안이지의 작품에 좋아요를 누른 게 그가 선택된 이유의 전부라는 것은 이 작품의 세계관에서 고려대상이 되지 않는다. 그랜드 캐니언의 프로포즈 사진의 촬영자로 널리 알려진 개, 파피용, 로버트의 심미안을 의심하는 이는 이 세계에 없다. 안이지는 작품을 불태울 것이고, 존재하지 않을 작품이 그를 유명하게 해줄 것이다.
앤디 워홀이 했다는 창작에 관한 명언, "일단 유명해져라, 그러면 사람들은 똥을 싸도 박수쳐 줄 것이다."는 실제로 그가 한 말이 아니라고 한다. 복제와 복제를 거치면서 예술과 진실 사이엔 거리가 생겼다. 배달 어플의 한 점이 된 라이더가 걸어오는 경로가 효율적인지 휴대폰 액정으로 지켜보는 일, 화재로 실제로 타오르는 캘리포니아의 거리를, 그 공간에 살던 사람들에 아랑곳없이 아름다운 색채로 인식하는 일, 유리 온실 안에서 창 밖의 새의 아름다움을 조망하되 유리에 부딪친 실제 새의 온기엔 신경을 끄는 일. 이 똥같은 사회에 갇힌 우리의 처지에 대해 윤고은의 소설은 덧칠해 나간다. 무엇이 진실일까? 소설의 질문에 사로잡힌 채 독자는 한 가지 결론을 내리게 될 것이다. 윤고은은 진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