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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당신이 기차역 한구석에서 털이 복슬복슬한 작은 곰 한 마리를 만나게 된다면? 곰의 목에 달린 꼬리표에 씌어진 글자-‘이 곰을 돌봐 주세요, 감사합니다’-를 읽고 말았다면? 곰이 귀엽다는 생각을 한번이라도 해 본 적 있는 당신, 친절한 마음씨까지 지닌 당신이라면 쉽게 돌아 설 수 없을 것이다. 페루 깊은 산 속에서 영국으로 밀항해온 꼬마 곰 패딩턴을 브라운 씨 가족은 애완 동물이 아닌 가족의 일원으로 기꺼이 받아들인다. 곰한테는 대체 용돈을 얼마나 줘야 하는지 감이 잡히지 않아 고민을 좀 하긴 했지만.
말을 할 줄 아는 곰이라는 것, 편지를 쓸 때마다 종이보다 자기 몸에 더 많은 잉크를 묻힌다는 것, 욕조 마개 여는 법을 몰라 물에 빠져 죽을 뻔했다는 것 말고도 패딩턴은 무슨 일을 하든 유별나기 그지 없다. 마멀레이드랑 롤 케이크 앞에서 늘 이성을 잃고 지하철, 백화점, 해수욕장, 극장 등 가는 곳마다 아수라장을 만든다. 자기 주관도 제법 뚜렷하고 정의롭지 않은 일과 마주치면 씩씩거리며 나쁜 사람들을 째려 본다. 자신을 돌봐주는 브라운 가족을 위한 것을 찾는 일에도 열심! 브라운 씨 가족들은 패딩턴이 이번엔 또 무슨 사고를 칠까 두려움에 떨고 있지만, 패딩턴이 일으키는 포복절도할 소동들은 예측 불가능하기에 더 커다란 즐거움을 선사한다. 그런 패딩턴의 모습이 왠지 모르게 낯설지 않다. 늘 부모님들을 곤란에 빠지게 하지만 존재 자체 만으로도 행복하게 만드는 아이들의 모습과 닮은 것 같다.
<내 이름은 패딩턴>, <패딩턴 도와줘!>, <패딩턴의 여행>, <사랑스러운 패딩턴>, <패딩턴은 못 말려>로 이어지는 패딩턴 시리즈는 1958년 처음 출간되어 30여 개 나라에서 번역, 3천 만 권 이상이 팔리며 반세기 넘게 사랑 받아온 영국의 대표적인 어린이 문학 작품이다. 2014년 영화(Paddington)로 제작되어 2015년 1월 한국 관객들과 만났다. 영국 BBC 방송국에서 20년간 TV 카메라 맨으로 일하기도 한 작가 마이클 본드는 아동문학에 기여한 공로로 1997년 영국 여왕으로부터 훈장을 수여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