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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토리아 로맨스 분야에서 대적할 자가 없는 최강자 세라 워터스가 이번에는 제1차 세계대전 이후의 런던을 배경으로 한 작품으로 돌아왔다. 제목 그대로 고풍스러운 저택에 사는 모녀와 이들의 집에 세를 내 들어 온 젊은 부부 사이에서 벌어지는 일을 다룬다. 소설 속 시대의 풍경을 치밀하게 그려내는 작가의 특기는 시대적 배경이 바뀌어서도 여전히 발휘되고 있는데, 특히 당시에 실제로 발생했던 강력 범죄 사건들을 조사하면서 얻어낸 디테일들이 인물 묘사와 배경 묘사, 스토리의 각 부분부분에 꼼꼼하게 배치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역시 세라 워터스의 소설이 갖고 있는 최고의 힘은 로맨스에 있다. 여성 캐릭터들의 심리 묘사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세라 워터스는 관능적인 순간을 묘사할 때도 그만큼 대단한 능력을 발휘한다. 세계대전 이후 몰락의 길을 걸은 모녀의 삶, 특히 노처녀로 나이를 먹어가던 딸과 새로 이사 온 활발한 부부 사이에 일어나는 일들은 처음에는 얼핏 통속적인 전개를 따르는 듯 보이지만, 몰락을 거듭하는 세계 속에서 이들이 선택한 삶의 방식은 거의 필연적인 것처럼 느껴진다. 시대와 등장인물들이 교감하면서 인물들의 행동에 설득력을 부여하는 이 소설은 세라 워터스가 왜 대단한 작가인지를 다시 한 번 확인시켜주는 증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