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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을 읽으면 전쟁이 인간을 파괴하는 방식이 얼마나 다양한지 알 수 있다. 그러나 <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은 전쟁을 고발하는 데 주력하지는 않는다. 전쟁은 사회의 틀을 부수는 기폭제로 작용할 뿐이다. 무너진 사회의 틀 밖으로 튕겨져 나온 인간들의 서로 다른 욕망과 두려움은 그 절망적인 면모에도 불구하고 무척 매력적이다. 원색 찬란한 지옥도에서 눈을 뗄 수 없는 것과 비슷하다. 온갖 방식으로 망가진 인간들이 서로 엇갈리고 욕망은 서로를 잡아먹고 교접하면서 더욱 기이하게 성장한다.
물론 이런 소재를 다룬 작품들이 없지는 않았다. 그러나 <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은 인상적인 체계를 갖고 있다. 쌍둥이인 두 주인공은 그 어두운 세계에 사는 다른 인간들의 '진정한 바람'을 듣고 그들을 위해 움직임으로써 그 세계의 욕망을 행동으로 드러낸다. 소설가가 직접 개입해 세상의 어둠 묘사하는 대신에 그 어둠을 받아들인 주인공들의 행동과 대사를 통해 어둠이 형태를 갖고 직접 등장하는 것이다. 말하자면 두 주인공은 일종의 영매다. 소설가의 직접 개입을 가능한 최소화한 이 작품에서 그들이 벌이는 범죄와 협잡과 선행의 소용돌이는 종잡을 수 없는 추진력을 갖고 미래를 향해 달려간다. 굿판과도 같은 이 강렬한 에너지는 읽는 이들을 그 어둠과 고통 속에서 빠져나올 수 없게 만든다. 그렇다면 이 굿판은 무엇을 씻고 무엇을 쫓아내는 걸까? 악몽 같은 세계와 그 안의 삶들은 어떻게 해결될까? <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은 다른 멋진 답을 제시한다. 생이 끝날 때까지 굿이 계속된다면 그걸로 족하지 않겠는가 말이다. 이 소설은 눈을 뗄 수 없는 악몽이며, 시작부터 끝나는 순간까지 이어지는, 그래서 그 이후 따위는 전혀 신경쓰지 않게끔 만드는 전심전력의 굿판이다. 깨고 싶지 않고 도리어 계속 지켜보고픈 이상한 악몽 같은 매력을 품은 걸작. 이야기의 힘을 믿는 사람 모두에게 강력히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