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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의 모습과 분위기를 느끼고 떠올리는 방법은 여럿이다. 당대의 사건이 벌어진 공간에 직접 서봐도 좋고, 그때에 얽힌 인물의 삶을 따라가보아도 즐겁다. 그렇다면 물건은 어떨까. 때로는 그때 그 자리에서 숱한 세월을 보냈을, 때로는 여러 사람의 손을 오가며 각각의 이야기를 한데 품었을, 그리하여 누구라도 조심스레 두드려보고 세심하게 들여다보면 오래 닫아둔 입을 열고 끝없는 이야기를 펼쳐낼 것 같은 오래된 물건 말이다.
미술사학자 이지은은 이런 물건들, 즉 오브제가 전하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다. "비록 하찮은 물건이라 할지라도 그 속에는 기술과 역사 같은 인간이 지나온 길들이 알알이 숨어" 있기에, 그 이야기를 찾으려 '식당 가구'를 주제로 학위 논문을 쓰고 소더비, 크리스티 등 경매장에서 옛 물건들을 두고 벌어지는 오늘의 이야기를 만나기도 했다. 그렇게 모은 물건의 이야기를 차곡차곡 쌓으니 중세에서 근대로 이어지는 16세기부터 19세기까지 300여 년의 시대가 펼쳐졌고, 미에 대한 탐구와 탐닉이 극에 달했던 시기부터 현대의 모양새가 자리를 잡아가던 시기까지 흐름이 이어졌다.
시대를 그리고 그 안에 자리한 것들을 차례차례 살펴보는 방식에서 벗어나 그냥 지나칠 뻔한 작고 사소한 오브제의 이야기를 엮어가며 시대를 그려가는 방식이니, 손에 잡히지 않는 사상이나 문명이 아니라 공통점과 차이점을 쉽게 알아차릴 수 있는 생활과 풍속의 장면을 겹쳐가며 그때와 지금을 함께 들여다볼 시선의 계기가 편안하고 흥미롭게 전해진다. 두 권으로 묶인 시리즈는 20세기 산업혁명 시대까지 이어질 예정이라 하니, 21세기 오늘 만지고 쓰는 물건들의 이야기와 보다 가깝게 맞춰볼 날도 벌써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