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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중국, 정확히는 홍콩에서 온 추리소설을 읽어 본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기라성같은 역사를 쌓은 나라에서 나온 작품들을 읽기도 바쁜데 이 분야에서 '처음 보는 나라의 처음 보는 작가'를 선뜻 선택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부지런한 팬들은 이 작품을 '발견'했고, 드디어 미스터리 팬들 사이에서 <13.67>의 이름이 서서히 퍼져나가고 있다.
<13.67>은 추리소설의 룰을 뒤엎는 스타일의 작품은 아니다. <13.67>은 더 어려운 작업에 도전한다. 추리소설의 역사가 지금까지 쌓은 미덕을 균형감 있게 보여주는 것이다. 연작 단편 형식으로 구성된 이 작품은 각 단편들의 경우 본격 미스터리 형식으로 꾸려져 각종 트릭을 선보이면서 독자들을 즐겁게 하고, 그 단편들의 서사가 서로 연결되는 과정에서 20세기와 21세기의 홍콩이라는 특수한 시공간의 정서를 환기시킨다. 만약 <13.67>의 주제가 무엇이냐고 사람들에게 묻는다면 분명히 두 의견이 팽팽하게 갈릴 것이다. 뛰어난 미스터리 연작 단편집 또는 미스터리 장르를 빌어 홍콩의 세기말과 21세기에 대해 이야기하는 작품이라고 말이다. 둘 모두 맞다. '사회파와 본격 미스터리의 만남'을 추구한 작품은 정말 많지만, 이 두 마리 토끼를 실제로 성공적으로 잡아낸 작품들의 목록이 있다면 <13.67>은 거기서 분명히 높은 자리에 위치할 것이다. 추리소설로는 아직 낯선 나라에서 대단한 강펀치가 날아왔다. 한번 맞아보시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