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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 엄마 때문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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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도 잘나가는 애들이랑 어울리고 싶어!
    수혜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과학 발명 영재단에 도전했다 떨어지고 맙니다. 단짝 주희에게 속상하고 답답한 마음을 슬며시 털어놓지만 돌아오는 답은 냉정하기 짝이 없습니다. “노수혜 설마 네가 영재단에 붙을 줄 알았어? 너 보기보다 훨씬 더 뻔뻔하구나.” 그것만도 기가 막힌데 주희는 속사포처럼 질문을 퍼붓습니다. “노수혜 너희 엄마 학부모회 회장이야?” “아니.” “그럼 학부모회 나가긴 하셔?” “아니.” “너희 엄마 녹색어머니회야?” “아니.” “그럼 도서관 도우미 하셔?” “이주희 우리 엄마는 회사 다녀서 그런 일 못 하는 거 너도 잘 알잖아!” 과학 발명 영재단이랑 엄마가 학교 일 하는 거랑 도대체 무슨 상관인지. 수혜는 참다못해 버럭 소리를 지릅니다. 그런데 주희 말을 듣다 보니 상관이 있어도 크게 있는 것 같습니다.
    그날 저녁 수혜는 엄마에게 반찬도 용돈도 책도 학원 필요 없다고 선언합니다. 엄마가 회사에 다니는 까닭이 순전히 자기한테 드는 돈이 많아서라고 착각한 까닭이지요. 반찬이야 구운 김만 있어도 밥 한 사발은 거뜬히 해치울 수 있고 필요한 물건이 있으면 엄마한테 사달라고 하면 그만이니 용돈은 없어도 그럭저럭 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책 특히 그림 없는 책은 거들떠보지도 않으니 사 줘 봐야 자원 낭비일 뿐입니다. 그리고 영어·수학 학원은 다녀 봐야 성적은 늘 바닥이고 피아노 학원은 3년째 다니지만 악보도 잘 못 읽습니다. 그런데 너무 솔직했던 걸까요? 엄마는 그 말을 듣자마자 수학 학원은 일반반에서 소수 정예반으로 바꾸고 영어 학원은 화목반에서 매일반으로 바꾸고 피아노 학원은 이론 시간을 추가합니다. 물론 반찬 가짓수도 줄이고 용돈도 끊었지요.
    그런데 절망에 빠진 수혜에게 친구 승희가 새로운 희망을 안겨 줍니다. 바로 간식입니다. 엄마가 학교에 오지 않아도 간식만 잘 사다 바치면 영재단이 될 수 있다네요. 그러니까 뇌물을 쓰라는 소리지요. 수혜는 승희가 물어다 준 정보를 넌지시 전하지만 엄마는 이번에도 요지부동입니다. 그러자 이번에는 수현이가 엄마도 솔깃해할 정보를 알려줍니다. 아인슈타인 과학 실험 교실에 다니면 영재단에 뽑힐 확률이 커진다네요. 수혜는 눈물을 머금고 바닥을 치는 과학 점수까지 공개하며 엄마를 설득해 보지만 이번에도 실패! 과학 실험 교실에서는 학교 수업 진도에 맞춰 단원 평가 문제집을 풀어 주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과학 성적을 올리는 데는 아무 도움이 안 된다는 소리지요.
    수혜는 엄마 아빠 앞에서 대성통곡을 한 끝에 내년에는 엄마 아빠가 번갈아 가며 학교 일에 참여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냅니다. 겨울 방학 때부터 아인슈타인 과학 실험 교실에 보내 주겠다는 약속도요. 그런데 이번 학기 영재단이 될 마지막 기회가 다시 수혜를 찾아옵니다. 영재단원 두 명이 개인적인 사정으로 탈퇴하는 바람에 추가 모집을 한다는 공지가 뜬 것이지요. 수혜는 이번에야말로 영재단에 들어갈 수 있을까요? 그나저나 과학이나 발명에는 관심도 없고 영재와도 거리가 먼 수혜가 기어코 영재단에 들어가려는 까닭은 무엇일까요?

    어린이의 솔직한 욕망을 비추는 거울
    “엄마 때문이야!” 아이들이 자라는 내내 가장 자주 입에 올리는 말이 아닐까 싶습니다. 때때로 엄마 가슴을 찌르는 비수가 되곤 하는 이 말은 사실 가장 믿음직한 존재인 엄마에게 부정적인 감정의 처리를 맡기는 것이라고 합니다. 유아기에는 불편하고 싫고 짜증나는 감정을 처리할 방법을 모르기에 무작정 엄마에게 던지고 보는 것이지요. 하지만 아이가 제대로 된 어른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부정적인 감정을 정면으로 마주하고 건강하게 해소할 방법을 배워야 합니다. 수혜도 지금 그런 과정을 거치고 있는 중입니다.
    수혜는 영재단 도전에 두 번이나 거듭 실패한 원인을 알지 못해 답답해합니다. 그러다 만난 더없이 좋은 핑곗거리가 바로 ‘엄마’입니다. 직장에 다니느라 바쁜 엄마만큼 좋은 핑곗거리가 또 있을까요? 엄마가 학교 일을 돕지 않아서 엄마가 학교에 간식을 사다 주지 않아서 엄마가 과학 실험 교실에 보내 주지 않아서……. 여느 엄마 같으면 이쯤에서 아이를 부둥켜안고 눈물 콧물을 쏟을 법도 하건만 수혜 엄마는 비록 속은 타들어 갈지언정 겉으로는 꿋꿋하기만 합니다. 그런 꿋꿋함이 또 수혜를 ‘해맑은’ 아이로 키워 낸 힘이기도 하겠지요.
    수혜는 자기감정에 솔직한 아이입니다. 이른바 ‘잘나가는’ 아이들과 어울리고 싶어 영재단에 도전하고 거듭된 실패에도 기죽지 않고 성공할 방법을 찾습니다. 비록 그 목적은 불순하고 그 방법 또한 번번이 헛다리지만 말입니다. 어찌 보면 수혜는 아이들의 솔직한 욕망을 비추는 거울 같은 존재입니다. 세상에 주목받고 싶지 않은 아이들은 없으니까요. 게다가 여느 아이들이 두려움이나 부끄러움 때문에 주저하는 일을 수혜는 거침없이 저질러 버리지요. 이를테면 형편없는 과학 성적 따위 아랑곳하지 않고 과학 발명 영재단에 도전하는 일 같은 것 말입니다. 그런데 그런 수혜도 한 가지 간과한 사실이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과학과 발명을 좋아해야 영재단에 뽑힐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수혜는 우여곡절 끝에 영재단이 될 기회는 진짜 과학과 발명을 좋아하는 아이들에게 돌아가야 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게 됩니다.
    애써 외면해 온 진실을 마주하는 일은 쓰디쓰지만 얻은 것도 없지는 않습니다. 엄마는 언제나 나를 응원한다는 사실 비록 잘나가지는 못해도 좋은 친구들이 줄곧 내 곁에 있었다는 사실 어떤 경우에도 편법은 통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으니까요. 그리고 지금 과학 발명 영재단에 뽑히지 않아도 수혜는 괜찮습니다. 언젠가 진짜 좋아하는 일을 찾아내서 지금처럼 거침없이 도전할 테니까요. 그때는 어떤 핑계도 대지 않고 어떤 꼼수도 쓰지 않고 진짜 최선을 다할 테니까요. 이 책을 보는 친구들도 모쪼록 그러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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