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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영혼 깊숙이 묻혀 있는 기억들을 발견해 보고 싶으신 분 계신가요?" 역사 교사 르네는 '판도라의 상자'라는 최면 공연을 보러 갔다가 우연히 관객 체험 대상자로 선택된다. 최면 속 깊숙한 무의식 속에서 그가 처음으로 본 전생은 제1차 세계 대전의 전장에서 목숨을 잃은 자신이다. 이 경험은 그의 인생을 뒤흔든다. 전생의 기억이 강렬하게 남아 일상을 완전히 바꾸었기 때문이다. 결국 다시 기억의 문을 연 르네는 자신에게 총 111번의 전생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백작 부인, 고대 로마 갤리선 노잡이, 캄보디아 승려, 인도 궁궐의 여인, 일본 사무라이를 비롯한 수많은 전생의 기억이 되살아난다. 르네는 자신의 존재를 출발시킨 태초의 전생을 보고싶다는 일념으로 1만 2천년 전, 현대인이 '아틀란티스'라 부르는 전설 속의 섬으로 향하게 되는데…
'나'의 잊혀진 기억 속으로 떠나는 여행은 어떤 모습일까. <기억>의 원제는 '판도라의 상자'다. 전생을 알게 된다는 것은 금단의 상자를 여는 것과 같다는 의미일까.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나는 누구이고 어디에서 왔는가'라는 질문에 천착하여 그 대답으로 이 작품을 써냈다. 현생과 전생을 넘나드는 모험을 통해, 한 사람의 정체성에서 '기억'의 역할은 무엇인지 탐구하며 그 상상력을 다채롭게 발휘한다. 인간의 생이 “부정적인 지난 경험에 대한 반작용적 소원의 실현 과정”이라는 시각도 흥미롭다. 현생 또한 전생에 대한 반작용으로 지난 실패를 보완하며 더 나은 존재가 되려고 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현생은 전생의 역사가 켜켜이 쌓여 만들어진 결정체가 된다. “당신이라고 믿는 게 당신의 전부가 아닙니다. 당신은 누구인가요. 당신이 진정 누구인지 기억할 수 있나요?”라는 소설의 첫문장이 의미심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