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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기사 한 줄 뒤에 사실은 얼마나 많은 이야기가 숨어 있는지. N번방에 관한 기사가 폭포처럼 쏟아졌음에도 그 방대한 성범죄의 세계를 모두 담을 순 없었다. 추적단 불꽃으로부터 직접 듣는 긴 이야기는, 처음 이 사건을 접했을 때보다 더 암담하다. 피해 상황의 자세한 묘사가 없음에도 한 페이지 한 페이지 읽는 것이 고통스럽다. 매일 텔레그램 방들을 모니터링하며 1년 이상 추적하는 일은 얼마나 지옥 같았을까 싶다. 이미 몸도 마음도 지친 이들이 책으로 또 이 이야기를 써낼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공론화 이후에도 디지털 성범죄가 여전히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N번방 사건에 대해 모두 알고 정확히 설명할 수 있는 이는 오직 추적단 불꽃뿐이기에(물론 해당 방들에 있었던 수십만 명 중에 가해자가 아닌 이가 오직 이들뿐이라는 말이다) 다시 나설 수밖에 없었다.
N번방 사건의 최초 보도자가 추적단 불꽃이라는 것이 알려졌을 때, 이들을 두고 평범한 여자 대학생 두 명이라는 표현이 자주 들리곤 했다. 평범과 비범의 기준을 가르는 기준이 뭔지 잘 모르겠지만 이들이 한 일 어디에서 평범을 찾을 수 있는지 따져 묻고 싶다. 방을 처음 발견하고 하나하나 파헤친 순간부터 1년 동안의 잠입 취재, 수백 개의 방 모니터링, 증거를 모아 경찰에 신고하고 공조 수사를 한 과정, 기사화보다 피해자 보호를 우선한 윤리의식, 공론화를 위한 언론 협조, 이 전 과정의 어떤 부분도 평범보다는 비범에 가까워 보인다. 나는 이들의 이야기를 평범한 대학생 둘이 우연히 범죄 사건에 휘말려 어리바리 추적하게 되는 서사로 뭉개버리지 않았으면 한다. 그보다는 탁월한 능력을 지닌 두 여성이 악전고투로 다른 여성들을 구해낸다는 설명이 사실에 가까우니까. 이들이 아니었다면 해내지 못했을 일이다. 공론화로 전 국민적 분노를 이끌어낸 것은 오로지 이들의 마음과 능력 덕분이다.
이들이 몸이 갈리게 노력해서 겨우 공론화 시킨 일을 우습게 만들지 말아야 한다. 돈, 놀이와 맞바꿔진 수많은 피해자들을 못 본 체 말아야 한다. N번방 사건의 가장 큰 피해자는 직접적인 가해를 당한 여성들이지만 이들이 유일한 피해자는 아니다. 가해 장면들을 목격한 추적단 불꽃, 그리고 이 참상을 들으며 일상에 금 간 모든 이들이 크고 작은 피해를 입었다. 그 피해가, 또다시 무시당하지 않기를 바란다. 이미 추적단 불꽃은 N번방보다 더 지능적이고 끔찍한 다른 디지털 성범죄를 취재 중이라고 한다. 돌이킬 수 없어지기 전에 이 지옥을 끝내야 한다. 안타깝지만 이제까지의 경험을 통해 결코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일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다. 거의 유일한 답이, 연대라는 것도 안다. 추적단 불꽃은, 각자 다른 삶을 살아온 우리지만 '우리가 우리를 우리라고 부를 때' 연대가 시작된다고 했다. 우리를 위해 이 책을 함께 읽어주길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