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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와 담배, 담배와 영화, 영화와 시, 시와 산책, 산책과 연애, 연애와 술, 술과 농담, 농담과 그림자, 그림자와 새벽, 그리고 새벽과 음악. 열 권으로 하는 끝말잇기 놀이의 '말들의 흐름' 시리즈가 드디어 완간되었다. 시간의흐름 출판사에서 한 권 한 권 정성스럽게 지어 수많은 독자들의 손에 양질의 산문집을 건네온 지 4년. 마지막 권은, 시인 이제니의 첫 산문집이기도 한 <새벽과 음악>이다.
책은 첫 시집을 내고 떠난 시베리아 여행에서 사고를 겪게 된 이야기로 시작한다. 아픈 몸으로 천장을 향해 누운 채 한 문장 한 문장 연필로 써 내려갔던 날들. 늦은 새벽을 채운 시와 음악과 고독의 순간들. 단정적인 언어로 고정시킬 수 없는, 언어 밖의 영역인 엄마의 삶과 죽음. 상실의 슬픔. 불면의 밤들. 목적도 없이 걸었던 파리 여행의 날들. 록 음악에 심취했던 이십 대 시절. 이제는 없는 사랑하는 사람의 흔적으로 가득한 방. 하나의 이미지로 하나의 이름으로 되풀이되는, 신비의 풍경으로 남은 유년의 장소 '마전'. 한 줄의 글도 쓸 수 없었던 시절. 시인을 둘러싼 시공간의 세계, 그 안에서 감각한 순간순간을 시적 언어로 섬세하게 표현하여 스물네 편의 글로 꽉 차게 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