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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 사랑은 초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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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해몽글몽글 가슴이푸른 계절우리 반 캐릭터 카드내일 지구가 망한다면잎새뜨기작가의 말

    몽글몽글 피어오르는 사랑은 초록 초록 초록!푸릇한 꽃봉오리 같은 사랑의 순간을 마주했나요? 조은비 작가는 문학적 감수성과 서정성을 갖추면서도 통통 튀는 문장과 인물이 돋보이는 단편으로 2022년 신춘문예 당선 직후부터 주목받았다. 봄을 건너와 여름을 맞이하는 6월 초록이 가득한 싱그러운 계절에 작가의 첫 책 『사랑은 초록』을 자신 있게 선보인다. 등단작 「사랑해」를 비롯한 여섯 편의 동화에는 각 작품의 배경이 되는 이른 봄부터 한여름의 날들처럼 산뜻하고도 치열하게 즐겁고도 진지하게 하루하루를 보내는 어린이들이 등장한다. 연애 고민 기후 위기에 대한 고찰 사춘기 시기 요동치는 몸과 마음의 변화까지 어린이의 현실에 밀착한 다채로운 이야기들이 머지않아 활짝 피어날 어린이의 사랑을 힘차게 격려하고 응원한다. ‘나’와 ‘너’를 넘어 ‘우리’를 위하는 마음으로 무한히 확장하는 사랑의 몸집『사랑은 초록』에는 어린이가 커다란 감정의 파고 한가운데에서도 자신의 마음을 차근차근 솔직하게 들여다보는 과정이 생생하게 그려진다. 「푸른 계절」의 주인공은 동성 친구를 향한 사랑을 온전히 받아들인다. 주인공이 용기 내서 내디딘 한 걸음에는 지금의 어린이들이 살아갈 미래에 ‘사랑’의 범위가 훨씬 더 폭넓어지기를 바라는 작가의 소망이 담겼다. 「몽글몽글 가슴이」의 주인공은 제 몸에 불만을 가지는 대신 자기만의 성장 속도를 인정하며 불편한 속옷 착용에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한다. 친구의 장점을 발견하는 다정한 눈길이 자신에게 되돌아오는 경험을 풀어낸 「우리 반 캐릭터 카드」 환경 문제에 관한 밀도 높은 토론을 불러일으키는 「내일 지구가 망한다면」은 ‘나’를 소중히 대하는 마음이 어떻게 ‘너’에 대한 사랑으로 이어지고 나아가 ‘우리’를 위한 실천으로 확장되는지를 탁월하게 보여 준다. 사랑의 확장성을 몸소 경험한 어린이에게 사랑이란 알 듯 말 듯 오묘한 감정이 아닌 구체적인 행동과 실천이다. 이 같은 힘센 사랑을 경험한 어린이는 제 스스로 성장의 발판을 마련한다. 부모의 재혼으로 만난 새 가족을 불편해하던 「잎새뜨기」의 주인공은 혈연관계는 아니지만 한 집에서 소소한 일상을 함께하는 이들이 진짜 가족이라는 깨달음을 얻는다. 수영장에 가면 물속으로 뛰어들어야지. 온몸이 잠기도록 풍덩. 오늘은 왠지 뜰 수 있을 것 같다. (139면)작품의 말미에 주인공이 수영장으로 풍덩 뛰어들어 느긋하게 유영하는 장면은 스스로를 조이던 구속에서 제 힘으로 벗어난 결과이기에 더욱 큰 감동을 안긴다. 맑은 물이 작은 파문을 계기로 동심원을 이루며 퍼져나가듯 이 동화집을 읽으며 독자들이 지닌 사랑의 크기 역시 더욱 단단해지고 커져 갈 것이다. 서툴러도 느려도 모든 질문의 답은 사랑!저마다의 속도로 건너는 성장의 순간사랑을 통한 성장이 언제나 순항인 것은 아니다. 「사랑해」는 사랑에 대해 나름대로 확고한 철학을 가졌던 어린이가 예상치 못한 고백을 받으며 흔들리는 모습을 유쾌하고도 세밀하게 포착한다. “난 널 사랑하지 않아.”“언제 사랑할 수 있는데?”(…) 아직은 때가 아닌가 보다. 정윤수의 고백보다 소설 최신 화에 내 심장이 반응하는 걸 보면. “당연히 어른 되고 나서지.” (9~10면)주인공 ‘세희’는 같은 반 남자아이 ‘정윤수’의 고백을 단칼에 거절한다. 웹 소설을 읽으며 사랑을 상상한 세희에게 “사랑해.”라는 말은 아무 때나 함부로 꺼내서는 안 되는 고결한 표현이다. 그런데 그날 이후 세희의 머릿속은 온통 정윤수 생각뿐 마침내 소설 속 절절한 사랑과는 거리가 먼 현실의 어설픈 사랑을 받아들이기로 결심하지만 사랑의 타이밍은 어긋난다. 세희가 입 밖으로 “사랑해”라는 말을 꺼내기까지 마음속으로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며 자기만의 답을 찾아 나가는 과정은 신춘문예의 심사평대로 “사랑을 상품으로 만들어 소비하는 세상 속에서 자신을 잃지 않으려는” 어린이 주인공을 통해 철학적 화두를 던진다. 이 밖에도 『사랑은 초록』에는 어린이의 질문들이 계속된다. 진정한 사랑은 언제부터 할 수 있을까?(「사랑해」) 가슴이 얼마큼 커져야 브래지어를 하게 될까?(「몽글몽글 가슴이」) 어린이는 자라나는 과정에서 매일같이 새로운 호기심을 가지고 자신에게 중요한 가치를 발견한다. 조은비 작가는 그러한 성장의 순간을 정확하게 포착하며 어린이의 작은 의문 하나하나를 꼼꼼히 들여다본다. 그러면서도 함부로 조언을 하거나 손쉽게 문제를 해결해 주겠다고 나서지 않는다. 그저 따뜻한 응원의 목소리로 어린이가 충분히 사색할 너른 공간을 마련한다. 『사랑은 초록』이 서투르지만 천천히 단단한 태도로 푸르른 사랑의 시기를 통과하고 있는 어린이 독자들에게 든든한 친구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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