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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 황금가문비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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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롤로그 - 떠나려 온 물건들

    1. '영혼의 본향' 퀸샬럿제도와 황금가문비나무
    2. 벌목 종말의 시작
    3. 벌목 세계에 뛰어든 그랜트 해드윈
    4. '캐나다의 갈라파고스'에서 살아가는 하이다 부족
    5. 수달 무역과 벌목 산업에 점령당한 '북아메리카의 에덴동산'
    6. 북아메리카를 뒤흔든 인류의 탐욕
    7. 약탈 음울한 풍경
    8. 살해된 황금가문비나무
    9. 신화가 된 황금가문비나무
    10. '태평양의 묘지' 헤카테 해협
    11. 신화와 과학의 충돌
    12. 황금가문비나무의 불가사의
    13. 코요테를 닮은 사나이
    14. 파괴의 속도

    에필로그 - 소생


    한 그루 나무와 한 사람의 행위에 담긴 다층적 의미를
    역사 인류학 생물학 산업계까지 하나로 엮어
    우리의 문명에 새삼 물음을 던지는 생태 환경 에세이

    소설보다 더 소설 같은 고혹적인 스릴러


    [황금가문비나무]는 1997년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 주 퀸샬럿제도에서 실제 일어났던 황금가문비나무 살해 사건을 모티브로 한 논픽션이다. 초록으로 둘러싸인 숲 한가운데에서 황금빛으로 찬란하게 빛나던 300살 먹은 황금가문비나무는 현지 하이다 원주민들이 조상 가문비나무라 부르며 숭배하던 나무였고 싹쓸이 벌채를 자행하는 그 지역 벌목 회사들이 보호하던 나무였으며 그 나무를 본 사람들은 우~와 하고 탄성을 지르게 만들어 우~와 나무라고 불릴 만큼 관광객들이 넋을 잃고 쳐다보던 나무였다. 이렇듯 많은 이들이 경배하고 보호하고 사랑하던 나무를 그랜트 해드윈이라는 벌목꾼 출신 나무 지킴이가 베어 버린 것이다. 그랜트 해드윈의 행위는 브리티시컬럼비아에서 자행되고 있던 비양심적인 원시림 벌목에 저항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러나 그랜트 해드윈이 벌인 이 사건은 숭례문 화재 사건 만큼 많은 사람들을 망연자실하게 만들었고 북아메리카 전역에서 격렬한 분노를 불러일으켰다.
    나무를 죽인 혐의로 기소된 그랜트 해드윈이 법정에 서기 위해 카약을 타고 가던 중 행방이 묘연해지자 북아메리카 전역을 휩쓴 분노의 열기는 더욱 거세졌다. 몇 달 후 알래스카 주와 브리티시컬럼비아 주가 만나는 연안 무인도에서 실종된 그랜트 해드윈의 물건들이 발견된다. 이곳은 지리적 특징 때문에 북아메리카 나머지 지역과 분리된 그야말로 격리된 세상이다. 모진 바람과 잦은 안개 그리고 15노트 이상으로 흐르는 조수의 큰 파도까지 뒤섞이면 치명적인 해안이 되고 만다. 그래서 보트건 비행기건 사림이건 이곳에서 실종되면 대개는 영원히 사라져 버리는 곳이다. 용케도 그랜트 해드윈의 물건들을 발견했지만 그랜트 해드윈의 시체는 발견하지 못했다. 그리고 그의 행방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존 베일런트는 미스터리로 남은 이 사건에 주목하여 황금가문비나무와 황금가문비나무를 둘러싼 세계 소설보다 더 소설 같은 역사와 문화 속으로 우리를 안내한다.


    육상에서 벌이는 고래잡이? 삼림 야수 벌목꾼과 약탈적 벌목 세계

    황금가문비나무를 베어 버린 그랜트 해드윈은 숙련된 벌목꾼이었다가 나무 지킴이로 변신한 인물이다. 존 베일런트는 황금가문비나무를 베어 버린 그랜트 해드윈의 궤적을 쫓아 북아메리카 벌목꾼들과 끔찍하고 참혹한 벌목 세계를 극적으로 서술한다. 나무 베기라기보다는 일종의 육상에서 벌이는 고래잡이에 비유되는 벌목 세계에서 벌목꾼들은 산업재해 전투 행위 고문의 양상이 모두 합쳐진 참혹한 방식으로 죽거나 불구가 된다. 그러하기에 여러 세대를 거치는 동안 벌목꾼들은 권투 선수나 영국의 축구광들처럼 특별한 기량을 요구받는 하나의 변종으로 여겨져 왔다. 이를 뚜렷하게 보여 주는 사례가 있다. 브리티시컬럼비아 연안을 운행하는 여객선에 오른 무선전신 기사는 “이 배에는 승객 50명 벌목꾼 150명이 승선하였음”이라고 통보한다. “그 시절 숲 속에는 무시무시하고 다루기 힘든 짐승들이 있었죠.” 이는 북아메리카에서 벌목꾼들을 어떻게 바라보았는지를 단적으로 보여 주는 표현이다.
    열여섯 살에 삼촌을 따라 벌목 세계에 뛰어든 그랜트 해드윈은 벌목 과정에서 이루어지는 파괴적인 광경에 충격을 받는다. 당시 지방정부와 목재 산업 간의 관계는 양과 속도만이 강조되는 각자의 이익만을 염두에 두는 결탁 가운데 하나였다. 경영의 좌우명은 “서둘러 베어 내라”였다. 인간의 상업적 야망과 군사적 야망을 실현시켜 준 것이 바로 목재였고 농업보다 훨씬 더 철저하게 대륙을 개조해 놓은 산업이 바로 벌목 산업이다. 그런 의미에서 벌목꾼은 서양 문명(실제로는 모든 문명)을 위한 수색대의 선두 병사였다. 그들에게 숲은 무슨 일이 있어도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정복해야 할 적이었다. 존 베일런트는 서양의 벌목에 관한 역사를 30초 필름으로 요약한다면 벌목이 북반구에 미치는 영향은 셈廣?切뻥?산의 화산 폭발이 그 주변의 숲에 미치는 영향에 견줄 만하다고 말한다. 둘 다 상대적으로 작은 특정한 지역에서 비롯되어 급속도로 확장되어 나가면서 앞길에 놓인 모든 것들을 무너뜨려 버리는 억제할 수 없는 에너지의 파동들을 보여 주기 때문이다.
    참고로 세인트헬렌스 산은 미국 캘리포니아 주 북부에서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 주까지 걸쳐 있는 캐스케이드 산맥의 15개 화산 중 하나이다. 1980년 5월 18일 아침에 일어난 폭발로 약 27킬로미터의 부채꼴 모양 지역 내 생물이 모조리 죽어 버렸다. 여러 곳의 호수와 강이 말랐고 화산이 내뿜은 검은 재와 가루가 3개 주를 뒤덮었다. 세인트헬렌스 산은 간간이 이류를 토해 내면서 폭발을 계속했다. 최초 폭발 이후 일주일 후에 다시 화산이 폭발하여 새로 분출된 재는 서쪽으로 오리건 주 서북부와 워싱턴 주의 여러 지역 상공을 뒤덮었다. 화산재가 떨어진 곳은 어디나 발전기와 엔진의 작동이 멎고 공기 여과기가 막히고 교통이 거의 마비되었다.


    우리가 문명이라 부르는 것? 인간의 탐욕을 꼬집는 생태 환경 에세이

    인간의 야망과 자연 세계 사이의 충돌을 탐색하는 것이 주요 관심사인 존 베일런트는 퀸샬럿제도 하이다 원주민이 겪어 온 역사 속에서 인간의 탐욕 파괴적 습관이 초래한 결과를 파헤친다. 퀸샬럿제도가 속한 캐나다 북서부 연안 온대 우림은 1제곱미터에 1천 종으로 대표되는 생명체 2백만 마리를 품고 있다고 추정되는 곳으로 ‘마치 태아를 싸고 있는 양막 같’은 환경을 유지하고 있다. ‘캐나다의 갈라파고스’라고도 불리는 퀸샬럿제도는 18세기 영국 상선의 이름을 따 지은 곳으로 하이다 부족이 역사적으로 살아온 땅이고 그들은 퀸샬럿제도를 ‘하이다 그와이’라 부른다. 서부 연안 캐나다인들에게 하이다 그와이는 일종의 ‘영혼의 본향’ ‘소박한 에덴’을 상징한다.
    퀸샬럿제도 하이다 그와이는 ‘은신처로부터 솟아 나온 섬’으로 불리기도 하는데 이는 만조와 간조 사이에 존재하는 일종의 실존적 지대를 상징한다. 캐나다 서해안의 모든 섬들 중에서도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퀸샬럿제도는 유달리 다른 곳에 없는 종과 아종들을 품고 있는 따로 떨어진 세계로 그곳에 사는 하이다 부족의 언어 또한 여타 서해안 부족들과 “단절된” 특성을 보이고 여러 면에서 늘 신비하다는 평판을 들어 왔다. 서구 유럽인의 관점에서 이 퀸샬럿제도를 처음 발견한 이가 후앙 페레즈 에르난데스고 유럽인이 주도하는 수달 무역으로 하이다 그와이는 한바탕 몸살을 앓게 된다. 수달 무역 붕괴 이후 잊혀져 가던 퀸샬럿제도는 목재 산업으로 다시 한 번 홍역을 치른다.
    19세기 동안 하이다 부족들은 2천 명에서 6백 명으로 숫자가 줄었다. 전쟁과 수두 그리고 모피 무역업자들과 정착민들 선교사들이 함께 들여온 성병 덕분이었다. 생존자들 다수는 기독교로 개종했고 초창기 어업과 벌목 산업으로 흡수되었다. 그 이후로 탐욕적이고 무차별적인 조업이 이루어짐에 따라 물고기와 나무들이 하이다 부족들만큼이나 극적으로 감소되었다. 자라는 데 800년이 걸리지만 쓰러지는 데는 25분이 걸리는 나무처럼 하이다 원주민 공동체는 그들만의 전통과 문화를 박탈당한다.
    퀸샬럿제도의 야쿤 강 일대가 20세기 벌목 기업들에게 ‘가문비나무 광맥’으로 알려져 싹쓸이 벌채를 당하게 되자 환경 단체들과 하이다 부족이 벌목 세력들과 브리티시컬럼비아 주 정부에 맞서 싸운다. 긴 전투 끝에 1960년대 중반 맥밀런 블뢰델이 황금가문비나무 주변의 원시림 몇 에이커를 마지못해 따로 떼어 놓았다. 1988년 긴 사슬 모양의 섬 남쪽 절반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지역을 포함한 국립공원보호구역으로 지정되었다. 얼마 안 있어 황금가문비나무를 보러 오는 관광버스들이 줄을 잇기 시작했고 1996년에 캐나다에 단 두 마리만 존재하는 백변종 까마귀 중 한 마리가 등장하면서 관광 산업은 상승세를 타게 된다.
    퀸샬럿제도는 그 자체로 벌목꾼들 환경 운동가들 토착민 권리 운동가들 모두에게 국제적으로 공인된 상징이 되었다. 그리고 황금가문비나무가 그 한복판에 붙들려 있었다. 모두가 예찬하는 황금가문비나무였지만 그랜트 해드윈의 눈에는 그저 “병든 나무”였다. 그랜트 해드윈은 자각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벌목 산업이라는 거대한 괴물에 맞서 저항하기 위해 사람들에게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극단적 행동을 한다. 사건 이후 그랜트 해드윈은 [퀸샬럿옵서버]에 자신의 행위에 대한 견해를 남긴다. “우리는 대량으로 학살당하고 있는 나머지 숲들은 내버려 둔 채 황금가문비나무 같은 개별 나무들에만 주목합니다.” “모든 사람이 그것들에만 시선을 집중하고 그 배후에서 벌어지는 온갖 피해들은 망각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진기한 구경거리들 가운데 하나를 누군가가 공격하면 당신들은 그것을 홀로코스트라고 생각하겠지요. 하지만 진짜 홀로코스트는 그곳이 아닌 다른 곳에서 일어나고 있습니다. 바로 지금도 자신들 주위에서 계속되고 있는 파괴 행위들에 주목해야 하는데도 사람들은 그들의 분노를 내게 집중하고 있는 것입니다.” “사회가 돌연변이 나무 하나에 그토록 많은 가치를 부여하면서 나머지 숲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모르는 체할 때 비정상으로 낙인찍혀야 할 사람이 그 사실을 지적한 사람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윈스턴 처칠은 말한다. “저 아름다운 나무들을 엄청나게 베어 넘기고는…… 저 엉뚱한 소리만 해 대는 신문들을 찍어 낼 펄프를 만들고 그러고는 그걸 문명이라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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