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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 바보현자의 웃음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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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머리말

    호자와 당나귀
    당나귀를 거꾸로 탄 호자
    호자의 머리와 발
    왜 안장 자루를 직접 메고 가세요?
    막내 동생을 마중하러
    나까지 잃어버릴 뻔 했잖아
    호자의 밀수품
    나와 당나귀는 1m 차이
    착륙하는 법을 아직 몰라
    내 고통을 알아 줘요
    잃어버린 당나귀
    하루쯤 더 태운들 어떠랴
    자네를 네 발로 만들 수는 있지
    내 어찌 슬피지 않겠나?
    말과 함께 가지요
    어차피 내릴 생각이었어

    호자의 재치
    모든 것이 새 외투 덕분
    머리도 가져가야지
    먹을 것은 안 주고
    누구 속이 더 탈까?
    나도 한번 죽어 보고 싶네
    졸리지는 않다네
    내 아들까지 먹을까봐
    신발 가게에서 샀네
    담요 때문에 싸웠나봐
    그 소리는 내일 아침에 들릴 거야
    우리 집이 이사하는 줄 알았네
    내가 그 안에 있었더라면...
    다 내 잘못이군

    호자와 아내
    누구를 더 사랑하나요?
    우리에게도 벌써 다녀갔을 텐데
    불빛만 보면 자꾸 나오는데
    외투 안에 나도 있었네
    그땐 이미 늦었지
    네 사람이 한 침대에
    곧 뒤집히게 될 테니까
    너무 북적대서 싫어
    눈물의 의미
    내 대신 당신을 데려갈지
    계산이 정확하네
    이 기회에 좀 씻으라고 해
    당신은 헤엄칠 줄 알잖아
    나만 만나지 마시오
    고양이와 양고기
    바지 댓님이 풀어져서
    나중에 울어줄 시간이 없을테니
    항상 거꾸로 행동하거든
    겨우 두 냥짜리 간도 물어 갔는데
    나도 똑같이 당신의 딸을 걷어차겠소
    나만은 꼭 하나로 봐 줘
    뜨거워지면 식혀야지

    호자와 마을 사람들
    말한 대로 했을 뿐인데
    터번과 외투가 글자를 아는가?
    그럴 시간이 없네
    항아리에 빠진 재봉사
    내 말인가 당나귀의 울음소리인가?
    가마솥이 새끼를 쳤다는 말은 믿으면서
    호롱불이 왜 물을 못 끓여?
    그 때는 내가 집에 없었지
    토끼탕 국물의 국물일세
    원래 기울어져 있었다오
    내가 살아 있을 때는
    내 말을 못 믿나?
    최후의 심판일이 다가오는데
    그게 당신과 무슨상관인가
    상상 속의 냄새까지 맡다니
    번지수를 잘못 찾았네
    하느님의 은총을 밟지 않으려고
    달라는 대로 주었다면
    결국 나도 타지 못했네
    팁은 이미 선불로 주지 않았나?
    내 손가락이 여섯 개가 아니라서
    사내대장부는 일구이언을 안 해
    발의 주인
    수탉도 한 마리 있어야지
    어린 시절이 생각나서
    나무 위의 길
    맛은 다 똑같아
    이미 속았잖아
    대문은 왜 등에 지고 다니니?

    호자의 지혜
    아무것도
    삶은 달걀에서 병아리가 나온다는데
    보리나 밀이나 뭐가 달라
    당신 말도 옳군
    외투와 말은 누구 것인가?
    솥이 냄비였을 때부터 알지
    한 번 차는 데 은화 10냥
    둘 다 책임이 없네
    냄새 값은 얼마?
    잘못은 꿀 항아리가 했지
    아는 사람이 모르는 사람에게
    우리가 가면 될 게 아닌가?
    그냥 내려오면 되지
    직접 한번 세어 보게나
    암컷일까 수컷일까?
    하늘에서 무얼 먹든
    품삯을 달라고 하면 어떡해
    사지도 않았는데
    뭘 믿고 내 발을 밟아?
    금이 간 하아리
    맛있는 요리는 꿈도 꾸지 마라
    생각할 줄 아는 칠면조
    모르는 소리 하지 마

    호자의 기행
    여기 있는 나는 누구?
    깨우라는 나는 안 깨우고
    오늘이 며칠이지?
    건물이 기도드리는 소리
    너무 깜깜해서 잘 몰라
    자기가 말한 것은 꼭 지킨다네
    그 둘의 딱 중간일걸
    어떻게 하긴 내가 만들어야지
    내 말이 맞지?
    사탕무를 가져왔더라면
    책 읽는 당나귀
    삼 년 뒤 일을 누가 알까?
    술탄 대신에
    이 정도 활솜씨는 있어야지
    한 달도 안 돼서 그렇게 될 테니
    재앙의 암컷
    거위의 다리는 하나?
    담력이 너무 세서 그만
    제가 먹을 거니까
    이 사람의 뜻대로
    아우즈빌라
    씨도 함께 팔았잖아

    호자의 선문답
    결국 제자리를 찾았네
    그냥 걸어가는 것이 좋겠어
    내소리가 어디까지 미치나 궁금해서
    낭비하고는 못 살아
    그냥 아홉 냥만 주게
    호자와 현자
    항상 받을 줄만 알지
    만일 호박이 떨어졌다면
    딱 우리 집이네
    관 안에만 들어가지 말게
    죽음을 앞둔 호자
    호자의 유언
    내 기름과 소금과 땔감은
    우리 딸은 말이오
    결국 굶어 죽고 말걸세
    태풍 때문에
    호자의 올리브 열매
    이상한 마을
    결혼이란?
    이십대의 이웃이 있으면
    두통과 치통

    에필로그

    나스레딘 호자와 그의 해학 세계 나스레딘 호자는 아나톨리아 지역이 정치적으로 매우 혼란한 시기에 살았다. 와해된 셀주크 제국이 작은 공국들로 나누어져 서로 세력 다툼을 벌이는 한편 중앙아시아 초원지대로부터 폭풍처럼 몰아닥친 몽골의 침략이 있던 시기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유럽으로부터 십자군이 한 차례 쓸고 지나갔으며 아나톨리아 땅을 빼앗긴 기독교의 비잔틴 제국이 호시탐탐 세력 회복을 꾀하던 시기이다. 이러한 혼란스러운 사회 분위기 속에서 대부분의 지식인들은 회의주의나 기회주의에 빠지기 쉽다. 하지만 나스레딘 호자는 특유의 재치와 유머로 음울한 사회적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능력을 갖고 있었으며 인내와 모범적인 행동으로 백성들에게 희망을 주는 지도력도 갖고 있었다.
    나스레딘 호자는 가난한 시골의 이맘이었다. 때때로 마을의 판사를 도와 백성들의 억울한 송사를 지혜롭게 해결하기도 했다. 항상 올바른 말을 했으며 자신의 생각을 숨김없이 때로는 대담하게 말하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평범한 시골 농사꾼이자 양치는 목동이 되었으며 때로는 수확한 농산물이나 직접 기른 가축을 시장에 내다파는 장사꾼이 되기도 했다. 청렴결백했기 때문에 집안에 재산이 쌓일 틈은 없었다. 그래서 한시도 평화로운 날이 없을 만큼 부인과 자주 다투었다. 하지만 밖에 나가면 마을 사람들로부터 후한 대접을 받았다. 그의 인기는 하늘을 찌를 듯 높았다. 호자는 마을 사람들의 놀림을 아무렇지 않은 듯 다 받아 주어 스트레스 해소의 대상이 되어 주다가도 비열하거나 속 좁은 사람이 있으면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골려주어 교훈을 주기도 했다. 하지만 그 결과는 항상 웃음으로 끝나는 해피엔딩이다.
    나스레딘 호자 이야기는 모두 짧다. 길게 늘여서 설명하는 부분이 거의 없다. 상황에 따라서 또는 호자가 누구에게 이야기하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호자의 마지막 대답은 거의 한 문장으로 짧게 끝난다. 하지만 그 짧은 대답 안에 심오한 삶의 지혜가 모두 들어있다. 나스레딘 호자 이야기는 그 형식상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나스레딘 호자에게 한 사람이 찾아와서 질문을 하면 호자가 그에 대한 기상천외한 대답을 하는 형식이며 다른 하나는 호자가 이상한 행동이나 언행을 하면 다른 사람이 그 이유를 묻고 역시 호자가 그에 대한 대답을 하는 형식이다. 지금까지 조사된 바에 따르면 그의 재담은 5천 개가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그것이 모두 나스레딘 호자의 이야기라고 단정 짓기는 어렵다. 예를 들면 호자와 티무르 사이의 일화가 많이 포함되어 있는데 티무르는 호자가 태어난 지 거의 200년 뒤에 아나톨리아를 침략했다. 이처럼 서로 시대가 어긋나는 이야기들이나 중동 지역에서 오래 전부터 널리 회자되던 재담들이 모두 나스레딘 호자의 이야기로 정착되어 오늘날까지 전해지는 것이다.
    그의 재담들을 조사해 보면 다음과 같은 몇 가지 공통된 특징들이 있다.
    첫째 사람들에게 올바른 길을 제시해 주는 도덕적 특징을 갖고 있다. 하지만 그것도 직접적인 훈계가 아니다. 해학과 재치를 담아 빙글 돌려서 이야기한다. 듣는 사람이 절대 마음을 상하지 않는다. 오히려 어이가 없어 웃지만 나중에 생각해 보면 얼굴을 붉히며 깨달음을 얻는다. 둘째 그의 대답은 대부분 부정이 없다. 자신의 주장을 상대방에게 억지로 납득시키려고 하지도 않는다. 상대방의 주장을 거의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엉뚱한 행동이나 말로 이해시킨다. 셋째 정치적 부패나 사회적 타락을 꼬집는 내용도 많다. 항상 약한 백성의 편에 서서 말한다. 여기서도 직접적인 비난은 삼간다. 항상 동물이나 자연에 빗대어 말한다. 우둔한 통치자나 관리들은 그 말뜻을 못 알아듣는다. 알아듣는다 해도 불쾌한 반응을 보일 수 없게 만든다. 그래서 그의 재담은 통쾌함마저 느끼게 한다. 넷째 이슬람 교리에 근거한 내용이 많다. 호자의 본래 직업이 이맘이었고 어려서부터 착실한 종교 교육을 받아왔기 때문에 그는 깊이 있는 이슬람 지식을 갖고 있다. 그렇다고 그의 종교적 이야기가 딱딱한 설교 투인 것은 아니다. 오히려 역설적으로 표현해 사람들의 흥미를 일깨우고 깨달음을 얻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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