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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직교수인 강 빈은 어느 날 수덕사에 있다는 거문고를 보기 위해 여행을 떠난다. 그 거문고는 의친왕이 만공 스님에게 주었던 신품이었다. 강 빈은 의친왕과 기생 사이에 태어난 인물인데 수덕사에서 비로소 아버지인 의친왕에게서 받은 염주의 유래를 알게 된다. 염주의 주인은 원래 경허 스님이었는데 제자인 만공 스님에게 주었던 바 만공스님은 다시 그염주를 자신에게 거문고를 준 의친왕에게 신표로서 주었던 것이다. 염주의 원래 주인인 경허 스님은 근대 고승 중에서도 선승의 거봉. 그런가 하면 제자들에게 깨달음을 전해 주고 어느 날 삼수감산으로 숨어들어가 평범한 인간의 삶을 살다 간 인물이기도 하였다.
수덕사에서 강 빈은 자신의 삶을 되돌아본다. 그리고는 왕가의 피를 이어받았다는 몽상가적인 왕도의 꿈과 천한 기생의 피를 받았다는 자괴감 사이에서 방황해 왔던 자신의 삶을 발견한다. 그러나 강 빈은 염주의 주인인 경허 스님을 발견하고는 참 삶의 길인 법도에 눈을 뜨고 경허 스님의 행각을 기행한다. 즉 몸은 저작서리에 두면서 정신의 출가를 하게 되는 것이다.
강 빈은 경허 스님이 입산 출가한 청계사에서부터 동학사천장암 해인사 등의 사찰을 행각하면서 경허의 치열한 구도와 대자유의 무애행을 샅샅이 탐구하게 되는데 나중에는 그도 역시 발심하고 깨달음을 얻게 된다. 그리하여 다시 저작거리로 돌아온 강 빈은 복직이 되어 학생들을 예전처럼 맞이한다. 한마디로 이 소설은 강 빈이라는 화자를 통해서 근대 고승인 경허 스님의 치열한 구도의 여정과 인간을 보여주는 일종의 구도소설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제1권에서는 조선조 후기에 태어난 경허가 어떻게 출가하여 발심하고 주인공인 해직교수 강 빈이 어떻게 경허라는 고승을 만나게 되는지를 밝히고 있다. 제2권에서는 선의 역사를 석가모니 부터에서부터 중국선의 초조 달마를 거쳐 선의 전개 입제를 끝으로 고려의 태고 보우 스님으로 건너와 선의 법맥이 경허에 이르러 석가세존하 제75세의 적손임을 밝히고 있다. 또한 선기의 1천7백개의 화두 중 유명한 화두들을 상세히 소설화시키고 있어 인간주의와 정신주의 소설의 진미를 한껏 고조시켜주고 있다. 더불어 제3권에서는 경허의 법제자들이라고 할 수 있는 근대 고승 만공 수월 헤월 한암 등의 인간적인 일화를 소설 속에서 형상화시키고 있으므로소설로 쓴 근대 고승사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다시말해서 선이 어떻게 우리나라에 흘러 들어와 꽃을 치웠는지 그 역사를 밝힘과 아울러 우리 근대 고승들의 높은 정신주의를 밝혀주는 본격적인 구도 대하소설이라고 할 수 있다.
제4권에서는 해인사에 얽힌 팔만대장경의 역사와 경허 말년에 무애행과 높은 수준의 그의 시문들을 통해 가객으로서의 겸허를 부각시키고 있으며 주인공 강 빈이 깨달음에 이르게 되는 개안의 여정을 그리고 있다. 상업주의와 사조가 불분명한 가치혼란시대에 살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석가세존하 수많은 고승들의 치열하고도 인간적인 삶의 자세를 통해서 어떻게 시류에 영합하지 않는 인간주의 문학에 본격적으로 불을 당겨 그 질을 높여줄 것으로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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